삼성오너家 블록딜에 삼성증권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삼성오너家 블록딜에 삼성증권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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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로 이사회 의결·공시 필요해···'비밀유지' 불가
블록딜 실패 시 삼성증권이 일부 인수···순환출자 엉켜
삼성증권 본사 (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 본사 (사진=삼성증권)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삼성 오너일가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진행 중인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삼성증권은 없었다. 최소 한 차례 더 진행되겠지만 그 때도 없을 예정이다. 블록딜에 실패 했을 때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11일 삼성전자 보통주 총 2982만9183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매각가격은 7만2717원으로 총 2조1691억원 규모다.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물산·SDS·생명 주식까지 처분해 블록딜 규모는 총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2년 KT 블록딜(3조5000억원대)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블록딜 주관사는 지분을 매각하려는 삼성 오너가에서 결정한다. 일반적으로는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에 맡겨 수월하게 진행하면 될 걸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관련 금융거래에 참여해왔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삼성증권은 인수사로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12년에는 삼성전기가 삼성LED 지분합병으로 보유하게 된 삼성전자 주식 26만9867주를 3453억원에 블록딜로 매각하는 과정에 삼성증권이 주관사로 활약했다. 

다만 이번 블록딜의 경우 삼성증권이 주관사를 맡게 되면 관련 정보가 공시를 통해 사전에 노출되는 등 위험성이 커진다. 

삼성 오너일가의 블록딜은 '대규모 내부거래 등 이사회 의결 및 공시상' 내부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이 되기 때문에 사전 이사회를 의결하고 공시도 해야한다. 세 모녀의 블록딜은 삼성그룹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비밀유지가 필수적인데, 삼성증권이 이를 주관하게 되면 비밀유지는 불가하다. 

또 블록딜은 상황에 따라 백스톱(블록딜에 실패할 경우 남은 주식을 주관사가 떠안는 잔액인수 조건)이라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다. 과거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579만2627주(7.95%)에 대한 블록딜을 재추진할 때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계약사항으로 백스톱을 내세웠다. 이미 한 번의 블록딜을 실패한 바 있는 한진은 백스톱을 내세웠던 모건스탠리로 주관사를 교체했다. 

만약 삼성 오너가가 블록딜에 백스톱이라는 조건을 걸고 삼성증권이 주관사로 들어간 상황에서, 블록딜이 실패한다면 삼성증권이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게 돼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엉키게 된다. 

이번 블록딜은 수요예측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과청약이 나오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매번 이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삼성 오너가에서 추가적인 블록딜을 진행하더라도, 삼성증권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이다. 이에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2조원이며, 2021년 4월부터 총 6회에 나눠낸다. 1차와 3차 납부는 담보 대출을 통해 2차와 4차는 블록딜 매각으로 상속세를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 한 차례 더 블록딜 가능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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