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운영" 금감원 지적에···금융지주 '부회장제' 폐지 수순 밟나
"폐쇄적 운영" 금감원 지적에···금융지주 '부회장제' 폐지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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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부회장 직제 대신 부문 임원 체제 도입
이은형·강성묵 부회장, 부문임원 역할···호칭은 유지
KB금융도 부회장 폐지 '무게'···일부 혼란 불가피할듯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하나금융그룹)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하나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지주) 부회장직 제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돼 시대정신에 필요한 신인 발탁, 외부 경쟁자 물색 차단 등 부작용이 있다."

금융 당국이 일부 금융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 후보 육성 수단으로 운영해 온 부회장직을 문제 삼으면서 '부회장' 직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기존 '3인 부회장 체제'를 없애고 '부문 임원' 조직 체제를 도입한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직을 두게 된 KB금융지주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전날 2024년 조직 개편·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부회장 직제를 정리하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부문 임원 체제를 통해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각 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들과 그룹의 실질적인 성과·조직 변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08년부터 부회장직을 신설, 폐지·부활 등 과정을 거쳐왔다. 현재 하나금융 수장인 함영주 회장이 부회장직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른 후엔 지난해 말 박성호·강성묵 부회장을 새로 위촉하면서 이은형 부회장까지 '부회장 3인 체제'로 복원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각 부문을 맡아 총괄했던 이은형 부회장과 강성묵 부회장은 직책상 '부문 임원'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사내에선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부회장이란 호칭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과 함께 부문 임원들은 맡은 부문을 담당하고, 부회장 자리를 거치지 않고 회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부문 임원' 조직 체제 도입으로 CEO 후보군에 변화가 생긴 것은 물론, 보고 프로세스가 간소화된 셈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그룹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글로벌, 브랜드 등 기존에 맡았던 사업 부문을 이어가고, 강 부회장은 지난해 이끌었던 사업 부문과 함께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그룹손님가치부문'을 맡게 됐다. 박성호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하나금융이 조직 체제에 변화를 준 것은 부회장직을 두고 당국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회장제에 대해 "과거 특정 회장이 사실상 셀프연임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형태"라면서도 "부회장제가 폐쇄적으로 운영돼서 내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후계양성과 경영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부회장제가 되레 신인 발탁, 외부 인사를 차단하고,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승계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회장제를 운영 중인 곳은 KB금융과 하나금융 두 곳뿐이라는 점에서 이들 금융지주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원장의 시각을 반영한 듯 이달 나온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엔 내부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외부후보자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고 은행의 역량개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나금융이 부회장 제도를 폐지하면서 홀로 부회장직을 두게 된 KB금융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최근 KB금융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8개 계열사 9명의 대표이사 후보자 추천을 마쳤지만, 부회장제 유지 여부에 대해선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다만 양종희 회장 선임 후 이동철·허인 전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양 회장의 리더십 다지기가 우선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주요 금융지주에서 부회장직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KB금융 역시 이달 말 인사를 통해 부회장제를 없앨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공개적으로 부회장제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하면서 부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결국 부회장직은 사라지는 수순을 밟게 됐는데, 향후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경영능력 평가 등 일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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