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만연한 상품 베끼기···연구개발은 '나몰라라'
식품업계에 만연한 상품 베끼기···연구개발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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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웰푸드 이어 편의점 '먹태깡 유사 제품' 판매량↑
전문가 "먹태맛 스낵 미투 상품 넘어 R&D 경쟁력 관건"
주요 식품사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여전히 0%대
노가리칩 청영마요맛, 막태이도, 먹태청양쿠키, 먹태리아 나쵸칩 (사진=이지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식품·유통업계에 히트를 친 특정 제품의 미투(Me too·모방)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투 상품은 특정 회사의 상품이 인기를얻으면 경쟁사에서 기능·상표를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한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자체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한 채 오로지 유사 제품만 빠르게 생산해 선발업체의 인기에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지난해 6월26일 출시한 먹태깡은 출시 6개월만에 약 1170만봉 판매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농심은 이에 먹태맛을 접목한 용기면 신제품 먹태깡큰사발면과 스낵 신제품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을 출시하며 제품 세계관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먹태깡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유사한 먹태맛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9월4일 출시한 노가리칩 청양 마요맛은 지난해 12월까지 700만봉(60g기준) 팔렸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의 지난해 9월 출시한 HEYROO 청양마요맛새우칩은 지난달 25만개 이상 판매되며 CU 자체브랜드(PB) 스낵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지난해 9월 상일제과가 생산한 GS25 먹태쌀칩은 지난달 1~21일 매출은 전월 대비 약 12.3% 증가했다. 

문제는 식품업계의 미투상품 현상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라는 점이다. 2014년 8월 해태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티칩이 열풍이 일자 유사한 제품이 마구잡이로 등장했다. 농심은 지난 2014년 12월 웨이브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출시했고 오리온에서도 허니버터칩을 견제하기 위해 '오!감자 허니밀크'를 내놓았다. 

편의점·마트 업계에서도 다양한 허니버터 유사 제품을 내놓았다. 편의점 CU에서는 자체브랜드(PB)로 '허니샤워 팝콘', '허니버터 감자스틱'을 내놓은 것도 모자라 PB 라면 '허니 불타는 볶음면'도 선보였다. 홈플러스도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케틀칩 허니버터맛'을 선보인데 이어 ‘허니버터번’이라는 빵도 선보였다.

2022년에는 CU의 연세우유생크림빵이 메가 히트 상품으로 인기를 얻으며 편의점업계의 미투 제품 출시가 잇따랐다. GS25에서는 '브레디크 생크림빵' 세븐일레븐에서는 '제주우유 생크림빵' 및 '제주우유 쿠키앤크림빵, 이마트24는 '우유생크림빵빵도넛'을 각각 선보였다.

CU의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는 2023년 말 기준 4800만개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재 CU 전체 디저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달한다. GS25의 브레디크 생크림빵은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수량은 약 1300만개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식품업계가 연구개발(R&D)을 하지 않고 손쉽게 매출 증대 효과를 견인하는 모방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쟁사들이 미투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기존 인기 제품 오리지널리티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개발 시 원료 선정부터 제조연구·배합 설계·제품개발·설비마련, 기계 도입·설치, 공간 확보 등 수백억원의 연구 개발 비용이 들어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추기 어려운 부분도 한 몫 한다"며 "식품업계에서 자체 개발한 신제품 출시 대신 인기상품을 모방한 유사제품을 내놓는 현상이 최근에는 편의점 등 유통업계로 번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식품사들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여전히 0%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식품기업의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를 살펴보면 농심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218억원) 대비 4.6% 감소한 208억원으로 매출액 중 0.8% 수준이다. 

롯데웰푸드의 연구개발비는 169억원으로 전년 동기(127억원) 대비 32.9% 증가했지만 그 비중은 0.55%에 불과했고 오뚜기 역시 전년 동기(91억원) 대비 43.14% 급증한 131억원이었지만 비중은 0.6% 가량이었다. 오리온은 41억원(비중 0.52%), 삼양식품 39억원(0.44%) 역시 미미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식유통업계가 미투 제품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 인기상품의 화제성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손쉽게 매출을 올리려는 행태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원조 제품의 인기에 워낙 구하기 힘드니, 비슷한 미투 제품을 대체품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다만 선례와 지속적인 제품 연구 개발을 통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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