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서울 불광동 신축 아파트 기둥 일부 '띠철근 누락'
대우건설, 서울 불광동 신축 아파트 기둥 일부 '띠철근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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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하중 버티기 위해 주철근 묶어주는 띠철근(후프)
7개 기둥에서 15cm 간격아닌 30cm간격으로 시공돼
"감리·구조 설계사 통해 해당 기둥들 보강 작업 완료"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사진=대우건설)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사진=대우건설)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철근 누락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내놓은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서울 은평구 불광동 신축 아파트에서 무게를 지탱하는 일부 주기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외부 안전진단 기관을 통해 불광동 신축 아파트의 기둥, 벽체 등 부재 1443개를 대상으로 자체 전수 조사를 한 결과 지하 1층 주차장의 기둥 7개에서 띠철근 시공 이상을 발견했다. 

띠철근(후프)은 건물 하중을 버티기 위해 기둥에 세로 형태로 들어가는 주철근을 가로로 묶어주는 철근이다. 해당 기둥 7개의 띠철근은 당초 15cm 간격으로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야하나, 실제로는 30cm 간격으로 시공된 것이다. 건축전문가들은 띠 철근의 간격이 넓어질수록 내력(견디는 힘) 저하가 심화돼 지진같은 하중에 취약해 진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때 무너진 필로티 건물 등에서도 기둥의 주철근을 묶는 띠철근 간격이 설계보다 더 넓게 시공돼 지진에 취약했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대우건설은 "시행사 이노글로벌의 요청으로 시행사가 계약한 구조설계사에 문의했고, '지금 시공상태로도 건물 안전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회신을 받았다"라며 "다만 7개 기둥에서 원래 설계대로 안된 부분이 있으니 그에 대해서는 보강을 하는 게 맞겠다는 의견에 따라 회사는 보강작업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개 기둥을 제외한 1436개(99.5%)는 원설계대로 시공된 점을 들며 "해당 7개 기둥의 띠철근 간격이 다르게 시공된 것은 작업자들의 실수로 보인다"고 짚었다.

보강 방식으로는 이미 시공된 콘트리트를 모두 해체 후 철근을 새로 넣을 수는 없어 외부에 철판을 대는 보강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원 설계보다도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확인도 받았다. 

입주가 지연될지도 모르는 입주민들에 대한 보상 등의 조치에 대해서 대우건설은 "해당 사업은 시행사가 따로 있는 사업으로 대우건설은 시공에 관해서만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번 계기로 회사의 다른 건설 현장에서도 시공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차후 재발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시공 문제가 발생한 불광동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17층, 2개 동 145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민간 임대 아파트다. 이달 전체 가구의 20%인 약 30가구가 임차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아파트 준공이 완료되지 않아 시행사와 임차인 간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행사는 대우건설 측에 아파트 인수를 요구하는 동시에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건설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배경은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 분양이 안되자 손실을 보게 된 시행사 측에서 시공사의 시공 품질을 문제삼아 준공 승인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음벽 설치 공사 등 시행사가 시공해야 하는 공사마저 고의로 지연시키며 준공 승인을 못받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시행사는 대우건설에게 건물을 사들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 중인데, 공사비와 시행사 수익을 더한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회사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라며 "분양이 안된 것에 대한 리스크를 대우건설에 떠넘기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철근 누락같은 부실 시공을 막기 위해 철근 배근·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공공(국토안전원 등)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공정을 진행하도록 현장 점검체계 기반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또 현장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공종별 팀장은 숙련 기능인을 배치하는 등 건설현장에 대한 감독체계 강화로 부실시공을 원천 차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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