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건설‧부동산 上] 부실시공에 줄도산까지 '불황 터널'
[2023 건설‧부동산 上] 부실시공에 줄도산까지 '불황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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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부실시공 등 잇딴 사고···고금리‧PF부실에 재무구조 악화
인허가·착공·준공 '트리플 감소'···올해 수주액 전년比 19.1%↓ 전망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2023년 건설·부동산시장은 경기 침체·고금리 등 악재 속에서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였다. 건설 경기 불황이 이어진 가운데 각종 중대재해, 부실시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 등 악재가 겹치며 건설업계는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올해 1월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 규제 완화로 연초 시장 연착륙에는 성공했지만 고금리 여파에 하반기 들어 다시 주춤하면서 맥을 못 췄다. 이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서울파이낸스는  상(上)·중(中)·하(下)로 3회에 걸쳐 올해 건설업황과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결산하고 부동산시장 주요 이슈를 돌아본다./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2023년은 건설업계가 한없이 움츠러든 한 해였다. 건설 경기 불황 속에서 각종 악재가 끊이질 않았으며, 건설사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주택 사업도 부진했다. 건설업계 재무 건전성에도 경고음이 울렸고, 이 같은 위기의 파고를 넘기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의 줄폐업도 이어졌다. 또 인허가‧착공‧준공 등 건설경기 선행지표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 무너지고 빠지고···잇딴 사고 골머리

올해 건설업계에서는 부실시공 논란이 최대 화두였다. 지난 4월29일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 지하 주차장 지붕 층이 붕괴하면서 시작된 부실시공 논란은 건설산업 전반에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

검단 아파트의 시공사는 GS건설 컨소시엄으로, 사고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설계·감리·시공 등의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 미설치 △붕괴 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 관리 미흡 △공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GS건설은 전면 재시공 결정과 사고 보상안 마련 등 사고 수습에 나섰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실적이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엔 건설업계 최장기 CEO인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GS건설은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세대교체에 나섰다.

올해 중대재해법 시행이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공사 현장 사망사고는 계속됐다. 올해 3분기 국내 건설 현장에서는 6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8건이 민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다. 지난해 4차례의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한 DL이앤씨는 올해도 3건의 사고에서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 '중대재해 최다 기업'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이에 DL이앤씨는 전국 81개 사업장의 절반인 40곳이 감독 대상이 됐다. 또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사과했으며,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2년 연속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 고금리‧PF발 자금위기로 문 닫는 건설사 속출

올해 건설업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이 현금 유동성 악화로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대금회수가 어려워졌고, 부동산 PF 부실화에 따른 금융 경색 지속으로 건설사 자금난 우려가 심화했다. 실제 지난 10월 전국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총 1만224가구를 기록했다. 증감을 반복하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7월 9041가구, 8월 9392가구에 이어 9월 9513가구를 기록한 뒤 2년8개월 만에 1만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2022년말 이후 PF 부실에 따라 대출금리도 급등해 건설사 일부 사업장의 경우 토지 매입을 위해 금리 20%의 브릿지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형 건설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폐업‧부도 처리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3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4건)보다 71.02% 늘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전년 동기(1429건) 대비 20.99% 증가한 1729건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12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총 19곳으로, 지난 2020년(24곳)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대창기업과 신일건설 등은 회생절차에 들어간 데다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는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경남지역 8위 건설사인 남명건설은 만기가 돌아온 12억4000만원 규모 어음을 막지 못해 결국 최종부도 처리됐다.

◇ 건설경기 선행지표 '트리플 감소'···수주도 급감

올해는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정비사업 입찰을 망설이거나 철회하는 건설사도 증가했다. 자잿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탓이다. 최근 몇 년새 건설공사비는 지속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023년 10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을 보면 올해 10월 건설공사비지수(2015년 기준)는 153.58포인트(p)로 전년 동월 대비 3.31% 상승했다. 연도별 10월 지수 동향을 보면 2020년 119.90p에서 2021년 138.30p, 2022년에는 148.66p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도 줄면서 인허가·착공·준공 등 건설지표가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인허가 27만3918가구, 착공 14만1595호, 준공 27만960호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0%, 57.2%, 18.5% 감소한 것이다. 

건설사들의 수주 곳간도 비어가는 모양새다. 한국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12월 조사월보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건설 수주는 9월까지 누적 114조5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31% 감소했다. 올 한해 국내 건설 수주금액은 지난해 대비 19.1% 줄어든 175조원 규모가 되리라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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