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건설‧부동산 中] 도시정비사업 반토막 났는데···포스코, 현대 꺾고 '수주킹'
[2023 건설‧부동산 中] 도시정비사업 반토막 났는데···포스코, 현대 꺾고 '수주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코이앤씨, 안산 중앙주공6단지 따내...수주액 약 4.6조 달성
'4년 연속 최강자' 현대건설, 1위 자리 내줄 듯...약 25억원 적어
업황 악화에 도급순위권 10개사 실적 반토막 '빈집털이' 지적도

2023년 건설·부동산시장은 경기 침체·고금리 등 악재 속에서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였다. 건설 경기 불황이 이어진 가운데 각종 중대재해, 부실시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 등 악재가 겹치며 건설업계는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올해 1월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 규제 완화로 연초 시장 연착륙에는 성공했지만 고금리 여파에 하반기 들어 다시 주춤하면서 맥을 못 췄다. 이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서울파이낸스는  상(上)·중(中)·하(下)로 3회에 걸쳐 올해 건설업황과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결산하고 부동산시장 주요 이슈를 돌아본다./편집자 주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사기를 흔들고 있다.(사진=포스코이앤씨)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사기를 흔들고 있다.(사진=포스코이앤씨)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도정) 수주 1위 자리를 두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막판 경쟁을 펼친 가운데 포스코이앤씨가 왕좌 타이틀을 눈 앞에 뒀다. 

4년 연속 최강자 자리를 지켰던 현대건설이 막판 뒤집기에 나서면서 업계 이목이 쏠렸으나 올해 마지막 대형사 정비대전인 '안산 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을 따낸 포스코이앤씨가 결국 승기를 잡게 됐다. 포스코이앤씨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주 실적 1위 건설사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4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다만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선별수주 기조 속에 수주 실적이 반토막 난 만큼 사실상 '빈집털이'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년도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건설사들의 경영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포스코이앤씨는 대우건설과 올해 마지막 수주전을 벌인 2780억원 규모 '안산 주공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로써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 실적 총 4조5938억원을 기록했다. 4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최대 수주액 경신에 성공했다. 사업별로는 리모델링 부문에서 6곳의 사업장, 총 1조9504억원의 신규 수주를 올렸다. 재개발·재건축 신규 사업장은 10곳으로 신규 수주액은 2조6434억원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사시공능력평가에서 올해 7위로 평가된 포스코이앤씨는 타 대형 건설사과 비교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후발주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2020년 한성희 대표가 취임하며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론칭에 이어 도시정비사업 강자이자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 4년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위 자리를 굳건히 해 온 현대건설은 최근 SK에코플랜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 약 7000억원 규모의 초량2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현대건설의 지분율은 80%로, 5600억원을 확보하면서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4조3213억원을 올리게 됐다. 여기에 평촌 공작부영아파트 리모델링(약 2700억원) 수주액이 올해 실적으로 포함될 경우 약 4조5913억원의 수주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포스코이앤씨 올해 수주액보다 약 25억원 적어 도시정비사업 1위 건설사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올해 서울·수도권 등 핵심지역 도시재생사업을 단계별로 확대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익성 높은 개발형 사업을 선별 추진해 왔다"면서 "앞으로 브랜드를 강화하고 차별화된 설계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 및 제공해 용산, 압구정, 성수 등 도정사업의 서울권역을 넓히는 한편, 누적 수주 1위를 기록 중인 리모델링 분야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사실상 '빈집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6곳의 건설사가 5조원 안팎의 수주액을 달성했으며, 현대건설은 9조3395억원을 기록하며 ‘10조 클럽’을 바라봤다. 그러나 올해는 누가 왕좌를 거머쥔다한들 5조 클럽 입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파이낸스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건설사들의 도정사업 수주액은 17조2437억원 규모다. 지난해 40조3051억원의 수주 규모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이 앞다퉈 정비사업 수주고를 자랑했던 것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려졌다. 

수주액을 공개하지 않은 호반건설을 제외한 9개사는 지난해 수주 1조원을 거뜬히 넘겼으나, 올해는 2개사가 1조원도 채우지 못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3건을 수주했지만 올해는 마수걸이 수주 소식조차 없었다. 같은 기간 롯데건설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4조3638억원에서 5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8.1%나 급감했다. 수치가 집계된 9개사 중 감소세가 가장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조1647억원에서 57.4% 감소한 9223억원을 기록했다. 
 
GS건설과 DL이앤씨는 올해 각 4건의 사업에서 1조5878억원, 1조1824억원을 수주하며, 전년 대비 수주액이 74.8%, 75.8% 감소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17일 5704억원의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추가 확보함에 따라 수주액을 1조6858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5조2759억원)와 비교하면 68.0%나 줄었다.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던 삼성물산은 1조4130억원,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을 선포한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초량2구역 재개발 사업을 추가해 1조2980억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1조원대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며 주택사업이 위축된 탓이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거나 큰 리스크를 안을 수 있는 곳들은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해 수주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동작구 노량진1구역 등 알짜 사업장들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호황기일땐 곳간을 채우기 위해 수주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주택 사업도 적극 추진했다면 올해는 치솟는 공사비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무분별한 수주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면서 "수익성이 좋고 사업성이 있는 주요 입지를 위주로 선별수주하고 있는데 내년까지도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경향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원자재값이나 금리 상황에 맞춰 출구 전략을 짜게 될 것"이라며 "어려운 가운데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