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발주처 눈치 안보도록···정부, 감리 독립성 확대
시공사·발주처 눈치 안보도록···정부, 감리 독립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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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발표
건설현장에서 감리 공사중지권 강화
건축사·구조기술사 설계 책임 명확히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고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감리 지정이 확대된다. 그 동안 감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부실 시공이 이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지금도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땐 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지만, 앞으로는 30세대 이상 주택과 300세대 미만 주상복합뿐 아니라 다중이용건축물(5000㎡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도 건축주가 아닌 지자체가 적격심사를 통해 감리를 지정하도록 한다. 공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발주처 대신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이 감리를 선정하도록 바꾼다.

감리는 공사 주요 단계마다 설계도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이와 다르게 진행되면 시정이나 공사 중지 조치를 해야한다. 하지만 감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감리 역량이 떨어지고 시공사·발주처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결될 때까지 감리인이 공사를 중지시켜야 하지만, 공기 지연을 꺼리는 발주처 앞에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에 정부는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할 때 건축주뿐 아니라 인허가청(지자체)에도 함께 보고하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렇게 하면 지지체가 동시에 문제를 확인하고 관여할 여지가 생긴다. 지금은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시공사가 수용하지 않을 때만 인허가청에 보고하게 돼 있다.

감리 역량도 강화한다. 그 동안 공사현장에서 감리 인력의 낮은 전문성, 고령화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장에 배치된 감리 인력 1만9000명 중 60대는 8900명, 70대는 2600명으로 60.5%가 60∼70대다. 20∼30대는 900명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실력이 우수하고 전문성을 갖춘 감리자를 국가가 인증하는 '국가인증 감리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증받은 감리자에게는 입찰 가점과 책임감리 자격을 부여한다.

또 영세 감리업체의 부실 감리를 방지하기 위해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감리 전문법인도 도입하고, 감리 전문법인에도 입찰 선정 때 가점과 고층 건축물 감리 역할을 부여한다. 

설계 분야에서는 명확한 설계 책임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토부는 설계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해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잘못했거나, 계산을 제대로 했더라도 건축사가 설계도면에 잘못 옮겨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철근 누락 사태 원인의 다수였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아울러 정부는 구조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난 데 대응해 '건축구조기사' 자격을 신설해 구조도면 작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시공 단계에서는 공공(국토안전관리원)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주요 공정 의무 점검'을 도입한다. 10층 이상 공동주택 공사 현장이 대상이다. 건축물 구조 안전성과 감리 업무실적 점검 이후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아야 콘크리트 타설 등 후속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와 함께 건축물의 정기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안전점검 업체가 시공사에 예속되는 일이 없도록 계약 주체는 시공사에서 발주청으로 바꾼다.

불량 골재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채취에서 현장 납품까지 골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이어 발주 단계에서는 건축주가 시공사에 적정한 공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사유형별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안전과 실적에 따라 건설공사 보증료율을 차등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키로 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대부분은 건축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즉시 개정이 가능한 하위법령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고, 신규 발의가 필요한 법령은 최대한 신속히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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