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검출된 국내 시멘트···이대로 괜찮을까?
'1급 발암물질' 검출된 국내 시멘트···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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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장애·피부 부종 및 궤양 등 발생시키는 자극성 강한 중금속
건물 표면 쪽에 노출되는 부분인 만큼 국민 건강에 위협 가할 수도
유럽산에 비해 최대 4.5배 높다···"유럽하고만과 비교하는 건 억지"
도로에 시멘트 포가 쌓여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도로에 시멘트 포가 쌓여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국내서 제조되는 모든 시멘트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중금속 성분이 유럽연합(EU) 기준치의 최대 4.5배를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안전기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부터 13일까지 조사한 시멘트 중금속 및 방사능 분석 결과에서 국내 모든 시멘트에서 1급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검출됐다. 이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분까지 제조·출하된 1년간의 시멘트 1포(40Kg)당 mg을 기준으로 중금속 검출량을 산출한 것이다. 구체적으론 △한일현대(영월, 단양공장) △아세아(제천공장) △삼표(삼척공장) △쌍용씨앤이(동해,영월) △성신양회(단양) △한일(단양) △한라(옥계공장)등 순으로 6가크롬이 크게 검출되었고, 폐기물을 사용하지 않는 유니온시멘트와 공장 가동이 중지된 고려시멘트는 제외됐다.

6가크롬은 자극성이 강한 중금속으로, 호흡기 점막에 장애를 주고 피부 접촉 시 부종 및 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이다. 미국환경보호청과 국제암연구기관은 인체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미국 산업위생전문가협회는 인간에게 폐암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우리나라 고용노동부는 사람에게 충분한 발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판단하고 있다. 콘크리트 표면 쪽에 노출되는 만큼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현재 유럽 등은 시멘트 제조 시 6가크롬 함량에 대한 기준을 2mg/kg으로 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준은 그 10배인 20mg/kg이다. 국내 제조 시멘트는 유럽에선 제조 및 시장 출하가 금지된다.

취재 결과 이번에 국내 시멘트에서 나온 6가크롬은 국내 기준 수치를 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유럽 제조 시멘트(유럽시험법 적용 시)에 비해 수치는 최대 4.5배 정도 높다. 현재 허용 기준은 자율협약으로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아 법적 강제력이 없으며, 2006년 정해진 이후 한 번도 수정된 적이 없다. 

월별 검출 내역으로 보면, 6가크롬이 가장 많이 검출된 시멘트는 올해 4월에 강원도 옥계에서 생산된 한라시멘트로 1kg당 16.91mg이 검출됐다. 한라시멘트 관계자는 "원래 돌 같은 자연 광물질 안에 포함돼 있는 물질이며, 시멘트 가루를 콘크리트에 붙이면 일반적으로 용출이 안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기준치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 만큼 특별한 사항은 아닌 부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 충북 단양에서 생생된 성신양회 시멘트에서는 16.29mg이 검출됐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아직 (발암물질과 관련된) 관리를 하고 있지 않으나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통화 결과 삼표시멘트, 쌍용C&A,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도 "해당 건에 대해 아직 특별한 조치를 진행 중이진 않지만, 협회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자율협약임에도 가장 높게 나온 시멘트사의 연 평균 수치도 국내 기준에서 잘 지켜지고 있다"며 "6가크롬 검출 수치와 기준이 유럽보다 높은 건 맞지만, 오히려 일본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하고만 비교하는 건 억지스러운 부분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국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6가크롬에 대한) 허용범위가 너무 높은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기 때문에 측정방법 자체를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그런 부분이 보정되고 나면 합리적인 선에서 기준 방향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협회의 자료를 보면 한국의 시멘트 소비량(4936만4000톤)은 세계 11위 수준이나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국가 중 선진국은 미국 정도밖에 없다. 현재 시멘트 소비량이 높은 나라들은 대부분 각종 도시 인프라 개발이 진행 중인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사우디아리비아 등으로, 국가 면적과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을 계산해 보면 한국이 압도적 1위(957톤)다. 

높은 시멘트 사용량과 비용을 고려해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시멘트 제조 시 쓰레기 사용을 허가하고, 한동안 그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가 2009년이 돼서야 납, 구리, 카드뮴, 비소, 수은, 염소 등의 중금속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폐기물 사용 기준에 '동, 아연 제련 과정 및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 기술적, 비용적 문제점 등을 고려해 별도 기준 설정 *전량 해외 수입해야 하는 부담(시멘트 업계)'라는 예외 조항을 두어 결국 시멘트공장이 쓰레기 처리 시설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폐기물 관리법에서 시멘트 제품 등급제 법안을 추진 중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서울파이낸스와의 통화에서 "환경부 및 관련 부처 들과 비공식적으로 지속 협의 중에 있으며,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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