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자' 뺀 공매도 금지에···개미 "반쪽" vs 전문가 "그나마 다행"
'시장조성자' 뺀 공매도 금지에···개미 "반쪽" vs 전문가 "그나마 다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미들 "대환영, 시장조성자 제외한 건 아쉬워"
다수 전문가들 "급락기도 아닌데" 공매도 반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6일 한국거래소 후문 앞에서 공매도와 관련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서영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6일 한국거래소 후문 앞에서 공매도와 관련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첫날, 시장은 일단 환호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반기면서도 시장조성자가 제외돼 '반쪽'짜리 조치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장조성자를 배제한 것은 "유동성 측면에서 필수적"이라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에 대해 "선진적 공매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불기피한 선택이었다"며 "확인된 불법 공매도의 대상만 보더라도 코스피, 코스닥 가리지 않고 100여개 종목 이상이 무차입 공매도 대상으로 된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현실을 점검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데 필요한 법령 개정이 있다면 개정이나 전산화를 하는 등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불만을 제기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환영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일방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공매도 제도 개혁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하락장에서 대량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공매도가 전면 금지로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4.03p 오른 2502.37에 마감했다. 이날 상승폭은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치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 2020년 3월 24일(127.51p) 이후 3년 7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다만 "전면 금지에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제외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0년 3월 16일 공매도 금지 첫 날 평소보다 많은 공매도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물량이었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성자는 시장조성자제도에 의해 지정된 자로, 증권사나 은행 같은 기관투자자들이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지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와 매수 양방향으로 호가를 제시한다. 주로 거래가 부진한 종목에 대해 호가를 내고 적정호가가 없으면 새로 호가를 제시하는 구조다.  

반면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매도 금지 조치에서 시장조성자를 제외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조성자는 이전에 3번의 공매도 조치에서도 매번 제외됐고, 유동성 공급을 해야 되니까 헤지(방지, Hedge) 차원에서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조성자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 싼값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남기는 식으로 일반적인 공매도 기법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시적 공매도 금지를 찬성하는 전문가 또한 시장조성자 제외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매도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그러나 공매도를 금지 하지 않은 해외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서 정부는 불법 공매도 개선될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시장조성자의 경우 주식이 너무 과도하게 고평가 될 것을 방지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 자체를 강력 비판했다. 

빈기범 교수는 "시장 붕괴 우려가 있을 때는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공매도를 금지시키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 주가가 많이 떨어지긴 했으나 짧은 시간에 급속도록 떨어지는 상황이 결코 아닌데, 이같은 조치를 취한 금융당국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빈 교수는 이어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트린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은 당연히 문제시 돼야 하지만 하방 조작으로 처벌된 사람은 없고, 문제가 되는 건 무차입 공매도보다는 영풍제지 같은 사례다. 오히려 상승 압력을 키우는 곳에서 매번 문제가 생겼는데,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상승 시키는 주가 조작에는 침묵한다"고 주장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공매도 금지는 변동성을 오히려 키우고 버블을 양산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외국계자금이 이탈할 수 있어서 단기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201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세 차례 금지된 바 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