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금양, CB·BW 한도 삼성보다 커진다···개미는 '불안'
현금 없는 금양, CB·BW 한도 삼성보다 커진다···개미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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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양 측 "투자 목적" vs 전문가 "시총 2배는 투자자에게 위험"
(주)금양이 발주한 3억셀 규모 2차전지 생산시설 조감도. (사진=동부건설)
금양에서 투자할 2차전지 생산시설 조감도. (사진=동부건설)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2차전지 투자 광풍을 불러 일으킨 종목 중 하나인 금양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 한도를 기존보다 '25배'나 늘린다고 공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금이 부족한 금양은 이를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발행 한도가 이례적으로 높아 향후 주주 가치가 희석될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면서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금양은 이달 14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CB와 BW 발행 한도를 기존 4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 설정하는 내용을 상정하기로 했다. 

금양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특별한 건 없고, 향후 투자를 많이 해야하니까 (한도를) 올렸다"며 "다른 연유는 공시사항이 될 수 있어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올해 금양이 투자하기로 결정한 액수는 동부산 E-PARK 산업단지 이차전지 공장 6100억원을 포함해 약 9000억원에 달하지만, 현금성 자산이 209억원에 불과한 만큼 실탄확보에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자사주 매각으로 1143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이도 부족하다. 

금양의 재정상황도 녹록치는 않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고, 총자산 3407억원, 순자산 15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CB와 BW 발행으로 금양이 자금을 조달해 2차 전지 투자를 촉진하고 향후 주가 상승의 원동력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발행 한도가 이례적으로 높다는 것에 대해서 투자 위험성이 따를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본래 CB나 BW 발행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것으로 해당 목적이 채무 상환이 아닌 투자인 경우 주가 상승을 이끌기도 한다. 지난 2011년 상법에서도 기업의 CB와 BW의 발행 한도는 폐지됐다.

다만 금양의 CB·BW 발행이 논란이 되는 건 발행한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총 안건에 올라있는 발행한도 10조원은 현재 금양의 시가총액(약 5조986억원)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코스닥협회 등에서는 제 3자 배정 CB 발행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20% 해당하는 금액 내외로 정할 것을 권고 하고 있다. 실제로 시가총액 400조원인 삼성전자의 CB 발행 한도는 4조원에 그친다.

권고사항대로라면 금양의 CB와 BW 발행 한도는 1조원 내외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또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금양의 CB도 약 540억원에 불과해 업계에서는 이같은 큰 액수가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CB와 BW 등으로 인한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초록뱀그룹은 원영식 전 회장이 전환사채를 사고팔아 부당이득을 얻은 의혹을 받아 구속상태로 지난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 기업은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곳이 다수였다. 이를 시장에서는 회사가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해석했지만, 금융감독원 기획조사 결과 전환사채를 인수한 회사가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나면서 검찰에 고발된 경우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 등에서는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제한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무분별하게 발행·유통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전환사채를 기업들이 쉽게 자금 조달하려고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있다"며 "시가 총액의 2배 가까운 발행 한도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양같은 종목은 개인투자자에 의해 주가 부양이 됐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는 기존 주주의 주가를 희석화할 수 있다는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조달구조인데, 외견상으로 조달 내용 등에 대해서 쉽게 판별하기 어렵다"며 "(발행한도 증액이) 만기 사채가 가득 차서 이를 늘리기 위함인지, 혹은 다른 목적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이 발행한도에 불만이 있다면, 주총 날 투표권 행사를 통해 의견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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