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IT업계,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에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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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러-화물맨, 플랫폼 기술 탈취 주장···왓챠도 LG유플러스 공정위 제소
대기업 측 "업계 보편 기술일 뿐···고유 아이디어라 보기 어려워" 주장
네이버 '원쁠딜(상단)'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트럭커' 이미지. (사진=각 사)
네이버 '원쁠딜(상단)'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트럭커' 이미지.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플랫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또는 협력사의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김려흔 뉴려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쇼핑 서비스 '원쁠딜'이 자사의 '원플원' 서비스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또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기술을 빼앗아 화물 중개 서비스 '카카오T 트럭커'를 출시하려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 탄원서를 최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기업 플랫폼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이미 진출한 인터넷 골목 시장에 문어발처럼 진출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을 인수하겠다고 해놓고선 사업 모델만 빼가고 인수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뉴려는 지난 2019년 9월 '원 플러스 원'(1+1) 할인 판매 모델로 시작한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이후 3개월 뒤인 2019년 12월 네이버는 유사 서비스인 '원쁠딜'을 선보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뉴려는 사업 초기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네이버의 유사 서비스 이후 매출이 급감해 현재 1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400개 이상 존재하던 입점 업체도 한 자릿수로 내려갔으며, 직원도 15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김 대표는 지난 국감 현장에서 "10개 중 9개 이상의 서비스에서 유사점이 발견됐음에도 네이버 측은 본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라 주장하고 있다"며 "대기업 기술 탈취가 비일비재하다고 해서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넘기지 않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지난 17일 "자사 원쁠딜 서비스는 특정 기간 동안만 특가로 판매하는 핫딜 서비스로, 뉴려의 원플원과는 서비스 형태와 가격 구성, 판매 기간, 입점 기준 등에서 완전히 다른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이어"1+1 상품 판매 방식은 국내외 이커머스 업계에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라며 "에브리데이, 라쿠텐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다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화물 운송 중개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중소 플랫폼 기업 기술 탈취 의혹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화물맨 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21년 화물맨 인수를 위해 기업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특허·재산정보 등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카오T 트럭커가 △맞춤 오더 탐색 △인수증 제출 △세금계산서 발행 △운임 정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바일 앱에서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독자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빠른 정산과 맞춤형 주문은 다수 국내 물류 플랫폼 기업이 오래 전부터 제공해온 기능이기 때문에 화물맨 고유의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인수를 위한 실사 당시에도 화물맨이 대상과 범위를 직접 정했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파악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왓챠'와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왓챠는 지난 5월 LG유플러스가 인수합병을 명목으로 자사 핵심 기술을 빼앗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왓챠의 유력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으나 인수 논의 10개월 뒤인 올해 5월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왓챠는 인수합병이 될 거라는 LG유플러스의 말에 핵심 기술 정보를 공개했으나, 결정적 이유 없이 기술만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왓챠와 인수합병 논의 당시 공유받은 내용이 일상적으로 인수 검토 시 나올 수 있는 수준으로, 핵심 기술을 탈취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해당 검토는 양사간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통상적인 M&A 절차와 검토 과정에서 꼭 필요한 수준의 실사 등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통상 수준 이상의 과도한 기술 정보나 노하우를 요구하거나,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회사 서비스에 적용한 사실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IT 플랫폼과 중소기업·협력사 간 갈등은 공통적으로 해당 기술의 보편성 여부에 쟁점을 두고 있다. 기술 탈취를 주장하는 업체들은 자신들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서비스를 대기업이 아무런 노력 없이 가로챘다고 주장하지만, IT 업계는 해당 기술과 서비스들이 기존 업계에서 통용되던 것인 만큼 해당 기업만의 기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 간 갈등 상황이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는 만큼, 기술 탈취가 사실로 밝혀진 기업이나 이를 악용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사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서비스 영역의 특성 상 오해 소지가 있는 사례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지식재산(IP) 가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기업의 아이디어 도둑질이나 일부 스타트업의 불순한 주장 등이 지속되지 않도록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각각 오는 26일과 27일 종합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LG유플러스와 왓챠는 기술 탈취 이슈와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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