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후보 '김병호·양종희·허인'···최적임자는? (종합)
KB금융 회장 후보 '김병호·양종희·허인'···최적임자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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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윤종규' 61년생 동갑 '3파전'···내부 2인+외부 1인
9년 공들인 경영승계 프로그램 순항···내달 8일 최종 확정 
(왼쪽부터) 양종희·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사진=KB금융)
(왼쪽부터) 양종희·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사진=KB금융, 하나금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윤종규(67) 회장을 이을 차기 KB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허인(62)·양종희(62) 등 부회장 2인과 김병호(62) 베트남 HD은행 회장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내부 출신 두 명과 외부 출신인 김 회장까지 모두 1961년생으로 '동갑내기 3파전' 구도다. 다크호스로 김병호 회장이 등장했으나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허인·양종희 부회장 2명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변 없이 숏리스트가 구성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들은 KB금융이 최고경영자(CEO) 후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돼 온 인물이다. 2014년 'KB사태' 이후 KB금융 수장에 오른 윤종규 회장은 사태 수습과 '1등 금융지주' 도약을 위해 '선(先) 양성·후(後) 승계' 방식의 CEO 승계 프로그램에 공들여왔고, 2020년엔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역량을 이미 검증받은 인사들인 만큼, 향후 승계레이스에선 '현미경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허 부회장은 '영업통', 양 부회장은 '재무통', 유일한 외부 출신인 김 회장은 조직 관리에 능하다는 평이다. KB금융이 어느 부문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차기 수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오후 시내 모처에서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심사를 진행, 2차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3인을 압축했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 8일 허인·양종희·이동철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59) KB증권 사장(KB금융 총괄부문장) 등 4명의 내부 후보와 외부 인사 2명을 1차 숏리스트로 선정한 바 있다.

2차 숏리스트에 포함된 인물은 허인 부회장과 양종희 부회장, 김병호 회장이다. 허 부회장과 양 부회장은 일찍부터 차기 회장 핵심 후보군에 포함돼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준비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혀왔다. 1차 숏리스트가 나온 직후 유력 후보들로 지목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취임 직후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시켰다.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와 'CEO 후보 육성 및 경영승계' 부문을 보완시키기 위해서다. KB금융이 운영 중인 CEO 후보 육성 프로그램의 특징은 경영승계 절차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숏리스트의 경우 반기 단위로 상시 관리하고 있는 내·외부 후보자군에서만 선정함으로써 투명성을 더했다.

경쟁력 있는 내부 후보자군 양성을 위한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에선 후보자에 대한 회추위의 상기 평가를 위해 내부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매년 경영현안 발표회를 개최한다. 프로그램 운영 결과는 매년 회추위에 보고, 회장 선임 절차 운영 시 평가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그야말로 매 순간이 능력과 가능성을 평가받는 시험대인 셈이다.

만으로 9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윤종규 회장이 갑작스레 용퇴를 밝혔음에도 회추위가 안정감을 잃지 않았던 것도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탄탄한 후보들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첫 3연임 국민은행장' 타이틀을 가진 허 부회장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대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은행 생활을 시작한 후 합병과 함께 KB맨이 됐다. 2017년부터 4년간 국민은행장을 맡으면서 신한에 내어준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만큼 그룹 내 '영업통'으로 통한다.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은행 본업 경쟁력인 영업 분야에서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포스트 윤종규'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을 듣는다. 신한은행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도 영업통인 허 부회장의 역량이 고스란히 반영된 대목이다. 그는 원칙주의자이면서도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을 잘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재무통'인 양 부회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역사학도 출신 금융인이다. 2014년 LIG손해보험(현 KB손보) 인수 당시 KB금융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인수 과정을 총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2016년부터 5년간 KB손보 대표를 맡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윤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는데 KB손보의 대표직을 3회 연속 맡으며 KB금융의 '1회 연임' 인사 관행을 깼다는 점, 업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내부에선 은행에서 경험한 리스크관리에 장점을 보인다는 평이다.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하나금융 부사장과 하나은행 마케팅그룹 총괄, 글로벌사업그룹 총괄 부회장, 하나은행장, 하나금융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다. 현재는 베트남 HD은행 회장을 맡고 있다.

하나은행장으로 지낼 당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원뱅크 토대 구축을 주도하기도 했다.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을 했던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윤종규 회장, 허 부회장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다.  

KB금융 회추위는 다음 달 8일 압축된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2차)를 실시하고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김경호 회추위 위원장은 "서로 존중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 주신 모든 후보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KB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최적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와는 달리 차기 회장 인선 과정을 지켜보는 노조는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관망하는 분위기다.

노조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금융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전문성을 갖추고 직원들이 흘린 피땀을 존중할 줄 아는 올바른 노동관을 가진 인물이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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