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016년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받았던 전경련이 뚜렷한 쇄신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재가입 결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18일 재논의키로 했다. 당시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추가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당초 16일 준감위 회의에서 결론이 나면 삼성의 주요 계열사가 오는 21일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재가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나머지 SK·현대자동차·LG그룹도 재가입을 결정하면 오는 22일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새로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4대 그룹의 가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전경련 가입을 두고 삼성 준감위 고민이 깊어지면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도 22일 전에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준감위의 고민이 깊어진 것은 전경련의 뚜렷한 정경유착 차단 방안이 현재 마련돼 있지 않아 재가입에 따른 여론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총회에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하고, 협회명을 한경협으로 변경하며, 신임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앞서 협회 쇄신안으로 윤리경영위원회 설립을 약속했다. 윤리경영위는 회원사에 재정적·비재정적 부담을 지는 사업에 대해 심의·의결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특별회비나 기금을 걷는 경우 합법성과 도덕적 타당성을 갖췄는지 사회의 발전방향과 원칙 등에 부합하는지 심사한다.

또 '윤리헌장'을 제정해 회원사 윤리경영도 지원한다. 이 헌장에는 △정치·행정권력 등 부당 압력을 단호히 배격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 상생 선도 △혁신 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이 담긴다. 

이처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구상은 마련됐지만, 현재까지 인선 등 구체적 밑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새 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전직 관료 출신 인사가 온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경유착 차단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까지 생겼다. 전경련 측은 이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당초 이재용 회장의 뇌물공여죄 때문에 준감위를 만들었기 때문에 특히나 정경유착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19년 이 회장의 뇌물공여죄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을 주문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삼성은 2020년 2월 준감위를 출범시켰다. 

준감위는 진보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았고, 삼성 내부 인사 1명을 제외하면 7명 모두 외부인사로 꾸려졌다. 당시 외부인사에는 법조계와 학계,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됐다. 현재 준감위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물산 등의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조건부 재가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준감위는 18일 오전 7시 임시회의를 다시 소집해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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