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금융 23조 푼다···5대市銀 '우대금융' 통해 동참
정부, 수출금융 23조 푼다···5대市銀 '우대금융' 통해 동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권, 5.4조 투입···고객유치·수수료수익 '1석2조' 기대
(왼쪽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대외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자 23조원 규모의 수출금융을 풀기로 했다. 수출금융 지원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공공부문 외 5대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도 동참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발(發) 대책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해야 했던 기존과 달리 이번 수출금융 지원대책의 경우 다양한 수익창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 은행권에서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반도체 업황 부진, 대(對)중국 수출 감소 등으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출금융 지원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자 마련됐다. 기존 지원방안은 단순 자금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앞으로는 수출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지원안을 다변화하고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의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4대 초격차 주력산업 등에 11조 투입

이번 23조원 규모의 수출금융 종합지원 대책은 크게 △신(新)수출 판로 개척 지원(4조1000억원+α) △수출전략산업 경쟁력 강화(18조6000억원) △우수 수출기업 애로 해소 등 3가지로 진행된다.

먼저,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수출다변화 기업 특례보증 대출(8000억원) △대기업 동반 해외진출 협력업체 특례보증 대출(1조원) △신규 수출판로 확보 기업 온렌딩 지원(1조5000억원) △해외 대형프로젝트 수주 금융지원 등을 추진한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은행권이 수주 지원을 위해 RG(선수금환급보증) 추가 발급을 협의하기로 했다. 최근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에 대해 은행들이 이달 중 추가로 24억5000만달러의 RG 분담한도를 설정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계열의 경우 연초 70억6000만달러 규모 RG를 8개 은행이 분담 지원하기로 했다. 중형조선사의 경우 지방은행 등이 RG를 발급하고 있고, 하반기에도 3억3000만달러 수준의 RG 발급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출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는 18조6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추가 공급한다. 먼저 4대 초격차 주력산업(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원전)을 중심으로 대출금리·한도 우대 등을 통해 총 11조원을 투입한다. 전략품목 수출기업에는 1조3000억원을, 수출실적 10만달러 이상인 중소·중견수출기업에는 1조원의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우수 수출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수출환어음 비용 경감(할인율 최대 1.4~1.7%p) 및 이용 지원 △수입신용장 금리·만기 우대(수입신용장 개설수수료 최대 0.3~0.7%p 감면) △수수료 인하 등 선물환 이용 지원(수수료 최대 90% 우대) 등도 병행하기로 했다.

금융위 측은 "충분한 규모의 수출금융 공급과 금융이용 부담 경감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향후 수출 회복 및 중장기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며 "정책금융기관이 수출지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시중은행들도 적극 동참해 민관이 함께 수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5대 은행, 금리·보증료 우대···'상생' 실천에 '이익'까지 노린다

이번 수출금융 지원대책 중 은행 측면의 핵심 지원안은 5조4000억원 규모로 별도 우대상품을 신설하는 것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은행별로 보증기관(신보·기보)에 특별출연하거나 자체 여력을 통해 수출기업 우대상품을 신설할 예정이다. 은행별 상품에 따라 대출금리와 보증료를 우대할 예정으로, 이번 지원으로 수출기업들은 연간 약 500억원 수준의 이자·보증료 절감 혜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5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우대상품 규모가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리은행의 수출기업 지원혜택이 가장 큰데, 금리는 최대 1.5%p(포인트), 보증료는 최대 0.8%p 인하하기로 했다. 또 우대상품에 수출다변화 기업과 동반진출 기업, 해외프로젝트 참여 기업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금리를 최대 1.0%p 우대하고 보증료는 최대 0.5%p 인하하기로 했다. 여기에 수출실적은 없으나 수출을 준비 중인 기업도 해당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국민은행은 8600억원 규모로 우대상품을 운영할 계획으로 금리는 최대 1.0%p, 보증료는 최대 0.3%p 인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8000억원 규모로 금리는 최대 0.3%p, 보증료는 최대 0.5%p 인하한다. 농협은행은 6000억원 규모로 금리는 최대 1.0%p, 보증료는 최대 0.5%p 인하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대책은 '상생금융'의 성격이 강하지만, 새로운 고객(수출기업)을 유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에도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대상품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이자이익이 일정 부분 줄어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객사가 늘어 은행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외환거래에 따른 환전 수수료이익 증가도 부차적으로 예상되는 효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 지원을 통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새로운 고객사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되는 부분"이라며 "수출기업이 해외에 상품을 판매하면 보통 대금을 달러로 받게 되는데, 이를 원화나 다른 통화로 환전하는 데 따른 환전이익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지원이지만 새로운 고객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출에 대한 장려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ESG경영, 사회환원 측면에서도 기여하게 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