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허인·양종희·이동철 '유력 후보群'···최적임자는? (종합)
KB금융 차기 회장, 허인·양종희·이동철 '유력 후보群'···최적임자는? (종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尹회장, '연임' 대신 '용퇴' 결정
'동갑내기 부회장' 3파전 유력···8일 '숏 리스트' 공개
'다크호스 낙점' 가능성도 낮아···내달 8일 최종 후보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사진=KB금융지주)
(왼쪽부터) 양종희, 허인,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사진=KB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KB금융그룹이 윤종규(67)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게 되면서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차 숏리스트(압축 후보군)가 오는 8일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1961년생 동갑내기 부회장 3인이 승계레이스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8일 6명으로 구성된 1차 숏리스트를 추릴 예정이다. 윤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힌 만큼 1차 숏리스트에는 윤 회장의 이름이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어 이달 29일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및 심사를 거친 후 숏리스트(2차)를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지난달 20일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는 경영승계절차를 본격 시작한 후 20명의 롱리스트를 구성한 바 있다. 롱리스트는 내부 인사 10명과 외부 인사 10명 등으로 구성됐다.

내부 후보군에는 후계 프로그램에 따라 양종희(62)·이동철(62)·허인(62) 등 부회장 3명과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로는 서치펌 등 전문기관 추천을 받은 후보들이 올랐는데, 관료 출신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룹 안팎에서는 1961년생 동갑내기 그룹 부회장들의 3파전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CEO들이 대거 교체되는 등 관치 기조가 강해지고 있으나, KB가 과거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았던 점과 지난 9년간 윤 회장 체제에서 탄탄한 지배구조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 등으로 외부 인사가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숏리스트 후보군에는 이름을 올릴 수 있겠지만 최종 후보로 낙점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이들은 그룹 내 중요한 직책과 역할을 두루 거쳐 부회장에 보임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누가 회장에 오르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그 역량을 이미 검증받은 인사들이다. KB금융의 현재 위상과 비전, 그리고 지향점 등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이 차기 회장에 낙점되기를 원하는 것이 KB맨들의 한결같은 바램일 것이다. 단순히 뱅커로서의 역량이나 자질을 넘어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 리더십, 더나아가 개인적 성향까지도 인선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종희 부회장은 오랜 기간 윤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인사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을 맡으며 회사 기반을 다졌다. KB손보 대표직을 3회 연속 맡으며 KB금융의 '1회 연임' 인사 관행을 깬 인물이기도 하다. 3명의 부회장 가운데서 지난 2021년 가장 먼저 부회장직으로 승진 이동했다.

허인 부회장은 2017~2021년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을 이끌었다. 4년 동안 은행장으로서 국민은행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을 4년간 이끌면서 리딩뱅크 탈환, 디지털경쟁력 강화, 부실 사모펀드 위기관리 등의 성과로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서울대 법대 80학번으로 현 대통령(79학번)의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이동철 부회장은 2018~2021년 KB국민카드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주와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전략, 재무, 영업 등의 다양한 업무를 도맡은 '전략통'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6년엔 핵심 계열사인 KB증권(옛 현대증권) 인수합병을 이끌었다.

부회장 3명 외 박정림(59) KB증권 사장(총괄부문장)도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박 사장은 증권업계 첫 여성 CEO로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사모펀드 부실사태 관련 금융위원회 제재 확정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는데, 해당 징계가 확정되면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회장직을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회장 최종 후보자는 다음달 8일 결정된다. 회추위는 2차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이후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게 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20일 회장으로 선임된다.

한편, 이날 윤 회장은 용퇴 입장을 밝히면서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회장과 은행장을 3년간 겸직하면서 KB사태 내분으로 인한 조직혼란을 수습했다. 이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적극적인 M&A와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KB금융을 명실상부한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려놓았다. 지난 9년간 KB금융의 수익은 3배 이상 성장했고, 각종 재무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윤 회장은 독특하고 다양한 이력 등으로 '입지전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동안 이룩한 성과를 생각하면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미련을 버림으로써 윤 회장은 KB맨들에게는 퇴임 후에도 그 누구보다 존경받는 선배 은행원으로 기억될 수 있게 됐다. 

한편 윤 정부들어 일부 금융권 CEO 인사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같은 논란이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에는 어떻게 투영될지 주목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7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KB금융의 승계절차와 관련해 "지난 연말·연초 여러 지배구조 이슈 이후 KB가 첫 이벤트를 맞는 만큼 선진적인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이 명예로운 퇴진을 결정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강한 반감을 보여온 '장기 집권' 논란은 아예 사라지게 됐다.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이 '선진 사례'가 될지, 아니면 '관치 사례'가 될지는 앞으로 진행 과정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