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한달, 은행권 퇴직연금 경쟁 격화···적립금·수익률 1위는?
'디폴트옵션' 한달, 은행권 퇴직연금 경쟁 격화···적립금·수익률 1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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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5대銀 디폴트옵션 적립금액 9768억
2분기 기준 신한銀 3333억원 '적립금 1위' 차지
국민銀, 10% 초과 수익률···고위험 6개월 14.2%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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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 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전지정운용방법(디폴트옵션) 시행 한달이 지나면서 경쟁판도 변화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머니무브를 촉발할 것이란 우려 속에서 적립금과 수익률 등 부문별로 1위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치열하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적립금을 올린 곳은 올해 2분기 말 약 3333억원을 확보한 신한은행이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KB국민은행이 10%를 초과하는 수익률로 다른 은행을 제치고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

2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은 9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상품 적립액 1조1019억원 중 88.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중에서도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대상으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회사와 근로자가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투자상품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도입된 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은행별로 보면 해당 기간 신한은행이 적립금 약 3333억원을 확보하면서 1위에 올랐다. 앞서 신한은행은 디폴트옵션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 퇴직연금 가입자(DC, IRP) 136만여명을 대상으로 제도를 안내해 왔다. 지난해 3월엔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 고객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서비스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전문 지식을 갖춘 전담직원들의 상담을 통해 고객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퇴직연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KB국민은행 3117억원 △하나은행 1478억원 △농협은행 1203억원 등 순이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637억원으로 가장 적은 적립금을 기록하면서 5위를 차지했다. 

이들 은행의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액은 대부분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디폴트옵션의 운용대상 상품은 투자위험에 따라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으로 나뉜다. 그중에서 초저위험은 원리금을 보장하는 예금·보험 중심으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나,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안전한 초저위험 상품으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적립금 중 93.3%에 달하는 약 3110억원이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에 몰렸으며, △하나은행 91.4%(1351억원) △우리은행 90.9%(579억원) △농협은행 86.5%(1041억원) △국민은행 81.7%(2546억원)도 초저위험에 집중됐다.

수익률 부문에서는 KB국민은행이 다른 은행을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호' 수익률은 3개월 5.83%, 6개월 14.16%다. 이는 증권·보험사를 포함해 전체 고위험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국민은행 측은 "약 5400회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과 우수펀드 및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높은 수익률은 고객의 투자 성향, 생애주기 적합도, 운용사의 인지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는 3개월 4.30%, 6개월 9.56%를 기록,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고, △신한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 3개월 4.29%, 6개월 9.29% △농협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 3개월 3.58%, 6개월 8.31%△우리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2' 3개월 3.69%, 6개월 7.90%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적립금이 몰린 초저위험 상품의 수익률은 0.26~2.21%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권은 관리서비스 개선과 수익률을 높여 '정통 강자'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각종 이벤트를 비롯해 적립금과 수익률, 증가액으로 나눠 '1위 마케팅'에 나선 상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적립금 1위', '수익률 1위'를 내세웠으며,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전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했다"며 홍보에 돌입했다. 자금유치 경쟁과 자존심 경쟁이 함께 펼쳐지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은행권의 수익률이 제고되지 않는다면 디폴트옵션이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51.9%(DB형 포함)로 절반을 넘기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디폴트옵션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수익률을 전체 업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증권사-은행-보험사 순으로 증권사가 앞지르고 있다. 2분기 말 원리금 비보장 기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증권 6.72%, 은행 6.27%, 보험 5.88% 순으로, 원리금 비보장 기준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1년간 평균 수익률은 증권 6.51%, 은행 6.06%, 보험 5.56% 순으로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시행 초기이고, 아직 디폴트옵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이어서 향후 시장 점유율은 바뀔 수 있다"면서 "증권가에서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수익을 좇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머니무브가 거세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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