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내달 시행···"집토끼 지켜라" 은행권, 서비스 강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내달 시행···"집토끼 지켜라" 은행권, 서비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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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익률, 증권사에 밀려···고객 이탈 가능성도
5대 은행, 서비스 고도화·이벤트 등 마케팅 활발
AI 분석 통해 정교한 포트폴리오·리밸런싱 제공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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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은행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금융업권 사이에 자금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갖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점유율 지키기에 한창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달 12일 본격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이란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도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확정기여형(DC형)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수익률을 높이는 게 도입 목적이다. 돈이 알아서 굴러가게 하는 셈이다.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은 은행보다 증권사가 더 앞서있다. 지금까지 주요 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해 왔음에도, 안정을 추구하는 은행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증권사의 수익률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업권별 퇴직연금 수익률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보장형 상품 평균 수익률은 확정수익형(DB형)이 2.37%, DC형과 IRP는 각각 2.45%, 2.24%로, 2% 후반대를 기록하는 증권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 등 대형 증권사 3사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5대 은행보다 0.45~0.64%포인트(p) 높은 DB형 2.81%, DC형 2.86%, IRP 2.88%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약 338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내세운 증권사의 점유율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은 22.7%로 어느덧 22%를 넘어섰다. 아직 은행이 51.7%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증권사가 빠른 성장세로 은행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금융사의 자금운용 능력이 중요한 잣대가 된 만큼, 향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고객들이 옮겨 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수익률과 자산운용 능력 등을 따져봤을 때 증권사의 이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은행들도 기존 고객 지키기는 물론,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섰다. 대표적인 게 퇴직연금 서비스 고도화와 혜택을 내세운 이벤트다. 

먼저 신한은행은 최근 퇴직연금 특화 서비스인 '신한 연금케어'를 출시했다. 업권 최초로 퇴직연금에 특화된 목표기반 투자 엔진을 적용한 게 특징인데, 개인별 수익률 목표 설정,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건강도 및 투자 가이던스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고객 투자성향별 동일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줬다면, 신한 연금케어는 500개가 넘는 변수를 기반으로 AI 분석 및 예측을 통해 보다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새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신규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고객전담제 개인화 상담서비스'를 시행한다. 연금고객관리센터 관리대상 고객은 전담 직원과 일대일로 매칭돼 전화, 톡 상담 시 연속성 있는 고객별 맞춤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연금고객관리센터에서는 IRP 계좌 보유 및 DC 퇴직연금 가입 고객에게 디폴트옵션 안내, 자동이체 만기도래 안내 등 체계적인 아웃바운드 상담과 녹취에 의한 IRP자동이체 등록, 운용상품(원리금) 변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DC·IRP 가입고객에게 진단·설계·컨설팅·사후관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AI 연금투자 솔루션' 서비스를 지난 4월 개시했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이 설정한 연금자산 목표에 맞춰 은퇴 시점까지 개인의 투자계획 설계해주는 GBI(Goal Based Investment) 기반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은 장기 투자계획 및 리밸런싱을 제공받고 목표로 한 연금자산 형성을 위한 수익률 관리를 받게 된다. 이 서비스로 장기 투자 기간을 갖는 퇴직연금의 체계적인 자산배분과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해졌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증권사들이 디폴트옵션에 대비해 관련 이벤트 등에 한창인 만큼, 은행권에서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와 맞춤형 서비스 정교화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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