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효율적인 일자리 매칭 덕에 인플레 압력 낮췄다"
한은 "효율적인 일자리 매칭 덕에 인플레 압력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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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이슈노트···베버리지 곡선을 통한 노동시장 평가
"국내 노동시장, 정점 지나···차츰 빈일자리 줄고 실업률↑"
24일 오전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가운데 구직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br>
지난달 24일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가운데 구직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은 미국과 달리, 국내의 경우 일자리 매칭(구인·구직 연결) 효율성 덕에 지난 2년간 임금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5일 공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베버리지 곡선을 통한 노동시장 평가(미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먼저 양국의 노동시장을 분석해 보면 미국의 베버리지 곡선은 우상향(매칭효율성 악화)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좌하향(매칭효율성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버리지 곡선이란 노동공급을 보여주는 실업률과 노동수요를 나타내는 빈일자리율의 상호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 노동시장 상황을 분석할 때 사용된다. 통상 경기가 좋을 때에는 빈일자리율은 증가하고 실업률은 떨어진다. 반대로 경기가 좋지 못한 때에는 실업률은 올라가고 빈일자리율은 감소하는 등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이런 차이는 두 국가 간 노동공급 차이에서 주로 기인했다"면서 "국내 노동시장의 풍부한 노동공급은 구인성공률 상승을 통해 지난 2년간 임금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구인성공률이란 신규 일자리수를 빈일자리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빈일자리를 얼마나 쉽게 채울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실제 우리나라는 감염병이 크게 확산된 시기를 제외하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꾸준히 상회한 반면, 미국은 팬데믹 초기 경제활동 참가율이 크게 내린 이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했다. 기업의 구인성공률로 보더라도 국내에선 노동공급이 충분해 코로나 이후(2020~2021년) 크게 상승했지만, 미국은 일시적 상승 이후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오 차장은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노동공급이 빠르게 회복했다"면서 "이에 반해 미국은 자발적 퇴직 증가, 이민 감소, 대규모 재정지원(실업급여 확대)으로 인한 노동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하면서 매칭효율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서는 구인성공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함에 따라 향후에는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 노동시장은 정점을 지나면서 빈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노동공급 부족에 직면한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해 이후 구인성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임금상승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런 현상도 금리인상 기조를 뒷받침하는 경기 지표로 보고 있다.

오 차장은 "연준은 노동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현재의 상황을 금리인상으로 노동의 수요를 줄이고, 실업률에 큰 변화 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반대로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 등은 실업률 상승 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역사적인 사례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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