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적자'·가입자 '보험료 폭탄'···'말썽' 반복되는 실손보험
보험사 '적자'·가입자 '보험료 폭탄'···'말썽' 반복되는 실손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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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4.2%↑, 1·2세대 16%↑···갱신시 50%
비급여 관리 필수···4세대 상품 전환도 대안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실손보험 보험료가 내년에도 오른다고 하니 부담감이 상당하다. 안 그래도 내년에 50대가 되는데, 상품에 따라 많게는 2배 이상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기사까지 나오니까. 4세대로 전환해야 되나 고민된다." (회사원 A씨)

"실손보험 적자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도 알고 있다. 20%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누적된 적자 때문이라 높은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사 관계자)

3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이 평균 8.9~16%로 결정됐다. 내년 갱신 주기가 도래한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50% 넘게 인상되는 사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해당되는 가입자들 입장에선 '보험료 폭탄'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반면 보험사들도 누적된 실손보험 적자로 앓는 소리를 낸다. 인상이 결정됐지만,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정도의 인상률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매년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보험료 인상'이라는 결정에 소비자·보험사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부가 나서 실손보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혐협회는 '2022년도 실손의료보험 인상률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실손보험료가 가입 시기에 따라 평균 8.9%에서 최대 16%로 인상되는 내용이 담겼다. 

1~3세대 전체 인상률 평균은 약 14.2% 수준이며, 1~2세대만 놓고 보면 평균 16% 수준이다. 3세대의 경우 '안정화 할인' 특약이 종료되면서 사실상 8.9%의 보험료 인상효과가 더해지게 됐다.

이번 인상으로 갱신 주기가 5년인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7∼2021년 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데다 연령 인상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에는 연령증가분이 반영된다. 대개 30~40대는 3%포인트(p)가 증가되지만 50~60대에 들어서면 5%p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갱신 주기가 도래한 50대 이상은 50% 이상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상률이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년에도 적자를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0%로 3년 전 121.8% 대비 10%p 가량 늘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가입자의 의료 쇼핑과 과잉 진단 문제로 실손보험은 내년에도 적자로 예상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 흐름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전체 가입자의 부담도 가중되는 문제가 내년에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되풀이되고 있는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비급여 관리'라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마찬가지로 나간 보험금이 많을수록 인상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일부 가입자의 의료 쇼핑과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가 해결돼야 실손보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 "실손보험 중 비급여 관리가 안 되면서 보험사·소비자 모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영역인 비급여 부문에 대한 과잉 진료 문제가 심각한데, 막상 이를 제대로 심사하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잉 진료의 경우 수요보다는 공급을 관리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실손보험의 지속성 제고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체계적인 비급여 관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명 가운데 60%가량은 실손보험을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받은 가입자는 131만명으로 전체 37.6%를 기록했다. 이들이 받은 보험료는 전체 58.4%를 차지했다. 이 중 1000만원이 넘는 고액 수령자는 76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2.2%에 해당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다수의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을 전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손보험을 많이 활용하지는 않지만 연령이 많아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경우 4세대로의 전환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특약'에 '보험료 할증·할인'이 적용돼 보험료 청구가 적을 경우 다음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실손보험의 구조를 개선하고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합리적인 보장을 제공하고자 지난 7월 출시됐다.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도 적자 부담을 다소 완화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저렴한 보험료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보험업계는 내년부터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계약 전환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6개월 간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1~3세대 계약자에 한해 1년 간 납입보험료의 50%를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온라인을 통해 계약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의 편의성도 도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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