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찔끔'·대출 '쑥'···금리 상승기, 벌어지는 은행 예·대금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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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최고 5%대···예금 금리, 여전히 1%대
은행 고수익 추구에 불만↑···당국 "시장 결정 존중"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및 기준금리 인상 기조 아래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출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서는 데 반해, 예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를 뚫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온 은행권이 과도한 수익 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금리) 상품 금리(8일 기준)는 3.8~5.1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월말 2.92~4.42%와 비교해 상하단이 각각 0.88%p, 0.74%p 뛰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3.02~4.17%에서 3.39~4.76%로 올라섰다.

전체 시중은행으로 넓혀보면 국내 18곳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9월 기준 2.81~3.59%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인 8월 2.75~3.29%와 비교해 상하단 각각 0.06%p, 0.30%p 상승했으며, 평균 0.24%p 올랐다. 지난 8월 한은의 0.25%p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지만, 이미 은행권 대출 금리는 한은의 인상 기조가 나타나기 전부터 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연초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2.56~3.31% 수준으로, 지난 9월과 비교해 평균 0.40%p 낮았다.

신용대출 금리도 큰폭으로 뛰었다. 9월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3.21~6.90%으로 나타나 전월(3.07~7.02%)보다 평균적으로 0.24%p 인상됐다. 연초(2.86~6.94%)와 비교하면 평균 0.44%p 올라섰다.

이에 반해 예금 금리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금리(1년 기준)은 9월 기준 0.55~1.90%로 평균 1.08%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달 예금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1.16%로 직전월(1%)과 비교해 0.16% 올라서는 데 그쳤다.

이렇듯 최근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데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채, 코픽스 등의 은행대출 지표금리가 상승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외에도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차감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관리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들이 자구적으로 대출 금리를 더욱 빠르게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갈 때에는 대출금리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한은의 기준금리 '빅컷(1.25%→0.75%)' 당시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같은 해 3월 평균 2.97%(2.48~3.94%)에서 4월 3.04%(2.59~4.05%)로 되레 올랐다. 5월 추가 인상 이후에도 가산금리는 크게 내려가지 않았으며, 7월에 들어서야 가산금리는 평균 2.91%(2.43~3.88%)으로 내려왔다.

이에 지난 5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이날까지 1만2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청원인은 "누구를 위한 대출 규제인가", "대출 규제로 정작 서민들에게 직접 가는 피해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예대금리차 덕에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순익은 4조66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조1004억원)보다 13.7%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으로만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선 곳도 있다. 이같은 '어닝 서프라이즈' 배경에는 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이 급증한 데서 기인했다는 평가다.

커지는 예대마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라면서 "시장의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3일 은행권 이득이 국민의 이자부담에서 나온다는 비판에 대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대마진과 관련해 직접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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