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배까지 대출"···씨티은행의 모르쇠 '배짱 영업'
"연봉 2배까지 대출"···씨티은행의 모르쇠 '배짱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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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들 대출축소 속 나홀로 '공세적' 홍보
소매금융부문 매각 앞둔 '자산 키우기' 시각도
한 씨티은행 대출상담사의 명함 앞면과 뒷면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씨티은행 대출상담사의 명함 앞면과 뒷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 직장 소재지가 서울인 A씨는 최근 중구 일대를 지나가다 한국씨티은행 대출상담사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명함 앞장에는 상담사의 이름과 등록번호, 휴대폰번호 등이 적혀 있었고, 뒷장에는 월소득의 최대 24배(연소득의 2배)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직장인 신용대출' 소개글이 기재돼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5배 이내로 크게 줄였다는 내용을 접했던 A씨는 씨티은행의 신용대출 소개글을 보고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들이 대출 중단 등 전방위 '대출 조이기'에 돌입한 가운데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이런 기조에서 비켜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배 이내로 축소해달라 권고했음에도 공식 상품사이트에서는 연소득의 2배까지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 은행인 데다 소매금융 매각도 앞두고 있어 당국의 규제 압박이 먹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7월 말 기준 신용대출 평균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는 0.99%로 전월 말(0.77%)보다 22bp(1bp=0.01%p) 올랐다.

같은 기간 KB국민·하나·NH농협 등 주요 은행들이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일제히 낮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신한은행의 경우 0.66%로 전월과 동일했다. 우리은행은 전월보다 올랐지만 1bp 상승에 그쳤다. 또다른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의 경우 7월 말 우대금리가 0.39%로 전월(0.57%) 대비 18bp 낮았다.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때, 씨티은행은 오히려 우대금리를 올려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진=한국씨티은행)
(사진=한국씨티은행)

우대금리뿐만 아니라 한도 측면에서도 다른 은행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배 이내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는 주요 은행들과 달리 씨티은행은 연소득의 2배까지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각 은행의 대표 직장인(전문직 제외) 신용대출 상품을 비교해본 결과 주요 은행들 대비 씨티은행의 최대한도도 높은 수준이다. 씨티은행의 직장인 신용대출 최대한도는 1억8000만원인데 비해 신한·하나은행의 최대한도는 1억5000만원, 우리은행은 1억원이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축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 연소득의 2.7~3배까지 가능했던 직장인 신용대출을 작년 말부터 1.5배까지 줄여서 관리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최근 당국에서 1배까지 줄이라고 권고해 그 이상으로 대출이 나가지 않도록 시스템이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최대한 내주지 말라는 게 당국의 스탠스인데, 압박이 세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2배까지 내줄 수 있는 간 큰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A은행의 한 직원이 "2배까지 된다는 씨티은행 신용대출을 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측은 실제 최대한도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고객은 매우 제한적이란 입장이다. 요건을 충족하는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준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신청하는 누구에게나 2배를 다 내주는 게 아니라 모든 조건을 충족했을 때 2배까지 가능하다는 거고, 실제로 대다수 고객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연소득의 2배까지 가능하긴 하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은행들도 최대한도에 맞춰 대출을 내주는 프로세스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씨티은행의 해명은 궁색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씨티은행이 매각을 앞두고 자산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대출고객 모시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개인 대상 소매금융(리테일) 사업 철수를 선언한 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6일 열릴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소매금융 매각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지금 매각 대상이기 때문에 매물로써 매력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대출자산이 많을수록 몸값이 올라가는데, 지난 몇 년간 씨티은행의 성장률이 많이 둔화됐기 때문에 매각 앞두고 무리하게 영업을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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