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한도계좌' 비대면化 '딜레마'···보안 vs 편리
은행권, '한도계좌' 비대면化 '딜레마'···보안 vs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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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외치면서 '한도계좌해제'는 오프라인만 가능
줄지 않는 보이스피싱·대포통장···'보안문제' 우려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DT)의 일환으로 금융업무의 비대면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오프라인 창구 업무인 '이체한도제한계좌 해제'까지 비대면으로 열어 놓을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한도계좌의 경우 은행의 가장 기본 업무인 이체와 관련있다는 점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안을 위해 대면 확인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보안을 이유로 이체한도계좌 해제 조건을 각 홈페이지나 고객센터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규계좌를 개설한 후 개설 목적을 증빙하지 못한 통장에 대해 이체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내부 규정이 가장 엄격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한도제한계좌를 일반계좌로 전환하기까지 총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 '한도제한계좌 3단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도제한계좌 1단계에서는 1일 이체 한도가 △창구 100만원 △ATM(인출) 30만원 △ATM(이체) 30만원 △전자금융 30만원 등으로 제한된다. 한도제한계좌 1단계에서 2단계로 전환하려면 수개월간의 급여이체 내역 등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도제한계좌 2단계에서는 1일 거래 한도가 △창구 500만원 △ATM(인출) 150만원 △ATM(이체) 150만원 △전자금융 150만원 등으로 제한되고 채널별 거래금액 합이 최대 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은행별로 1일 금융거래 한도를 제한한 뒤 해당 계좌가 급여, 연금수급, 사업용 등 개설 목적에 맞게 이용되고 있는지 각종 자료 등을 통해 검증한다. 이후 해당 계좌가 대포통장이 아닌 정상계좌라는 것이 최종 확인되면 일반계좌로 전환한다.

한도제한계좌를 풀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은 은행별로 다르다. 하지만 은행 모두 해당 조건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한도제한계좌 해제 신청은 꼭 영업점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영업점에 방문해야 하고 사전에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할지 정확히 알기 어려워 번거롭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이같은 조치를 고집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등의 금융사기가 끊이지 않아서다.

한도제한계좌 해제 조건을 외부에 명시할 경우 금융사기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계좌 개설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비대면으로 한도제한계좌 해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을 경우 제출 서류 등의 조건을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에 명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대포통장을 만들려고 사업자로 등록해 놓은 다음 은행이 요구한 모든 자료를 정교하게 다 만들어 가져오는 사기꾼들이 많다"며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자료만 갖고는 대포통장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워서 영업점 직원이 직접 보고 판단하도록 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 영업점 내부에서는 이런 금융사기 데이터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료만으로 구별해내기 어려운 문제를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며 "한도계좌 해제는 인력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비대면으로 한도계좌 해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국민은행도 보안에 대한 우려를 내려놓지 못한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정상계좌 전환을 신청하려면 고객이 무조건 창구에 가서 대면으로 신청해야지만 가능한데, 비대면으로 접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도 "대포통장이나 보이스피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좌개설은 좀 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통장 피해의 경우 1%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 제도를 도입한 목적을 생각해본다면 비대면으로 가는 게 과연 맞는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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