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당하는 보이스피싱···은행이 잡는다
눈뜨고 당하는 보이스피싱···은행이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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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저축은행, 의심거래 탐지 시스템
AI 기술 기반 앱 고도화·보험 서비스 접목도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최근 중년 여성 윤 모 씨는 문자를 무심코 클릭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주문한 물품의 배송 현황을 보려면 첨부된 인터넷 주소(URL)를 확인해야 한다는 안내에 따라 링크를 열자, 윤 모 씨의 핸드폰엔 순식간에 악성 앱이 깔렸다. 이 문자가 스미싱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계좌에서 수천만원의 예금이 빠져나간 뒤였다. 

금융권이 스미싱, 보이스피싱 범죄와 전면전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악성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전에 차단하는가 하면, 상품에다 보이스피싱 보험 서비스를 접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날로 교묘해지는 금융사기 수법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한층 강화된 소비자 보호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사전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방지 앱 피싱아이즈를 운영 중인 인피니그루와 손을 잡았다. 고객이 피싱아이즈를 사용하면 보이스피싱 의심 징후가 즉시 신한은행의 'Anti 피싱플랫폼'에 공유되도록 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 정보를 통해 보이스피싱 방지 알림 또는 안내 전화를 실시한다. 모니터링과 알림을 병행해 범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카카오톡 피싱 △대출 빙자 △현금인출 유도 등 유형을 나눠 금융사기 예방 진단표를 개편하고, 비대면 인증 시 보이스피싱 위험이 감지되면 화상 인증 등 추가 인증을 해야 한다.

고객을 분석해 맞춤형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문도 발송한다.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대출 사기와 검찰 사칭 등 기존 피해 사례를 분석해 피해 예상 고객별로 알림을 보내는 식이다.

보이스피싱 보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니어 전용 상품 '언제나 청춘 정기예금'도 내놨다. 예금 가입 고객은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으로 금전적인 손해를 입을 경우 최대 각 1000만원, 대중교통 상해사망 시 5000만원 한도로 보상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9월부터 금융거래 데이터 중 보이스피싱 의심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정식 운영 중이며, KB국민은행은 모니터링 시스템의 탐지율을 높인 '신(新)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웰컴저축은행)
(사진=웰컴저축은행)

고령층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SBI저축은행은 이달부터 모바일뱅킹 '사이다뱅크'에서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안심이체서비스'를 적용했다. 송금받는 계좌 명의자와 휴대전화 명의자가 동일인인지 검증하고 문자인증코드를 이용해 수취인 거래의사를 확인하는 양방향 거래인증 방식으로 보안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KCB가 개발한 보이스피싱 사고 피해가능 예측모형을 활용해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고 송금하거나 대출을 빙자한 금융사고 예방서비스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AI 기반 악성 앱 사전 탐지기술을 자사의 모바일 뱅킹 플랫폼 웰컴디지털뱅크에 탑재했다. 에버스핀이 개발한 페이크파인더가 적용됐는데, 이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악성 앱이나 변조된 앱이 발견될 경우 즉시 해당 앱의 작동을 중단하고 사용자에게 알려 삭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테스트를 위해 악성 앱 차단 기능을 적용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총 45건의 악성 앱을 탐지, 차단했다"며 "이번 기술로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사회초년생 등의 고객도 더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사가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한 데는 비대면 금융사기 관련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올해 1~9월 메신저피싱과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각각 6799건, 2만1900건이다. 메신저피싱의 경우 작년보다 14.6%나 늘었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일엔 척결 종합방안의 후속조치 중 하나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20일부터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1만원 상당의 소액 피해를 입었더라도 사기계좌 이용을 중지하고 피해금 환급신청 할 수 있게 된다. 피해자가 금융사에 구제를 신청할 때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함께 신고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간편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일부 핀테크 기업처럼 선보상 체계 구축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은 은행들이 출시한 앱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이라면서 "우선은 AI,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화하는 사기 수법에 대한 방어벽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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