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분 23조 팔아야"···21대 국회 '뜨거운 감자' 삼성생명법
"삼성전자 지분 23조 팔아야"···21대 국회 '뜨거운 감자' 삼성생명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당 '삼성생명법' 재추진 삼성 지배구조 압박
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지분 23조 매각해야
(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21대 정기국회 막이 열리면서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보험사가 보유한 대주주(특수관계인) 발행 주식의 가치 산정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에서 21대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각각 발의한 삼성생명법은 지난 7월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정식 상정돼 전체회의에서 논의됐다. 향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나 다음달 국정감사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정기업을 겨냥한 법이라는 이유로 19,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되면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차지한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재벌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바로 잡겠다(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는 경제공약을 내걸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는 이 사안을 거스르는 행위다. 박 의원은 지난달 2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정무위가 열릴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삼성생명법의 핵심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규제하는 보험업법의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5억816만주(지분율 8.51%)를 보유하고 있다. 1980년 당시 취득원가 기준으로 주당 1000원대로 약 5440억원 규모다. 삼성생명 자산이 309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할 때 총자산의 0.1% 수준에 그친다. 3%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가로 평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5만4200원)로 이를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7조원을 넘게 된다. 삼성생명 자산의 9%에 달하는 수준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기한인 7년 안(매각까지 유예기간 5년, 금융위 승인 시 추가 2년 부가)에 20조원 넘게 처분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삼성화재는 3조원 안팎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한다. 매각 차익에 따른 4조~5조원 수준의 법인세도 부담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모여있는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전경(사진=삼성전자)

정치권이 삼성생명법을 추진하는 것은 주식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투자 손실이 보험 가입자에게 전이될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정 기업 주식 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그 기업 주가가 폭락하면 그 손실이 보험 가입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삼성전자 주식 가격 변동에 따라 삼성생명이 가져야 하는 충격이 다른 회사에 비해서 무려 20배가 크다"고 했다. 

여기에 다른 금융업권 간 형평성 문제도 법안을 발의한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 증권사 등 주요 금융사의 자산운용 규제가 모두 시가 기준인데 유독 보험사만 예외적으로 취득원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 특정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권 침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5.01%)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8.51%)을 활용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이 고리에서 이탈하게 되면 자칫 삼성전자가 '주인없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주주나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한도를 별도로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다. 아울러 보유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주가 변동성에 따라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단, 삼성생명법 통과로 지배구조가 개편된다고 하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국내 최대 보험사의 지위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보유한 자본과 자산의 규모가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크고 우수한 인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지분 매각 때에도 삼성생명은 2년에 걸쳐 매각이익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했는데 당시 경쟁사 대비 우수한 주가흐름을 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