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울뿐인 전문조합관리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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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갈수록 줄어드는 일감은 물론 코로나19에 따른 사업 지연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서울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수주전 안팎으로 시끄러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일단 따고 보자'는 건설사들의 관행은 여전하다. 개별 홍보요원(OS)의 활동은 물론이고, 상호 극심한 비방전과 감정싸움이 만연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건설사들의 모습에 언론 및 조합원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내지만, 건설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조합 총회까지 고성을 주고받는다.

조합원 간 내홍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조합 내부 비리는 물론이고 분양가 협상 난항 등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조합원들 간 이견이 커지면서 조합장 해임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조합 안팎의 이전투구는 오늘, 내일 얘기가 아닌 매 해 반복되는 과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정부는 '전문조합관리인제도'를 도입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된 사례가 전무하다. 이 제도는 기업의 전문 경영인과 같이 특정 자격 요건을 갖춘 정비사업 전문가를 영입해 조합 임원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정부는 1월 조합 비리 근절을 위한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문조합관리인도 법적 등기사항으로도 규정할 수 있도록 '도시및주거환경정리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전문조합관리인은 정비사업 내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외부 인사'가 사업 추진 의지가 적고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격 기준은 높은 데 반해 근로조건 및 처우에 있어 수준이 낮아 해당 자격을 갖춘 이들이 '굴러들어온 돌'이라는 시선을 감내하면서까지 전문 조합장으로 나설 동기를 저해하기도 한다.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를 내실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전문 조합장'은 기존 조합시스템에 '전문성'과 '투명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전문 조합장'이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 건축사, 기술사 등의 자격을 취득한 5년 이상의 경력자여야 하고, 수년 간의 조합 임원으로 종사해야 한다. 또한 사업장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비리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원활하고 신속한 사업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조합관리인제도는 원 도입 취지가 무색한 만큼 당국은 단순히 전문조합관리인을 '조합원의 선택'에 맡기기보다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더욱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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