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원금 손실 방어 조치···약관대로 진행한 것"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싸고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개인투자자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ODEX WTI원유선물(H)'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해당 ETF에 대한 운용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투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해당 문제는 KODEX WTI원유선물(H)의 롤오버에서 시작됐다.
롤오버는 원유 ETN과 ETF에서 발생한다. 원유 선물은 매월 만기가 있는데, 만기가 끝나면 원유는 '석유' 형태로 거래된다. ETN과 ETF는 추종 대상 원유 선물을 최근월물(곧 만기가 끝나는 선물)의 비중을 줄이고 차근월물(그 다음으로 만기가 끝나는 선물) 비중을 늘리게 되는데, 이것을 '롤오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최근월물보다 차근월물이 비싸기 때문에 교체하는 과정에서 비용(콘탱고)이 발생하고, 해당 비용만큼 ETN·ETF 투자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4월23일 KODEX WTI원유선물(H)의 기초지수 구성 종목 중 6월물 일부를 롤오버를 통해 7·8·9월물로 변경하는 롤오버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운용 방식 변경을 통해 약 80%를 차지하고 있던 6월물 비중을 낮추고 만기가 먼 원월물을 편입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진입하면 투자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해 구성종목 일부를 근월물(6월물)이 아닌 다른 월물의 원유 선물로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만기일을 앞두고 5월물 WTI가 -37.63달러에 마감하면서 사상 첫 마이너스대에 진입했다. 또 같은달 22일 새벽 6월물의 가격이 장중 6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종가가 마이너스 가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대해 선제 조치를 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WTI는 22일, 23일 각각 19%씩 상승했고, 삼성자산운용의 롤오버 때문에 이러한 가격상승에 따른 정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됐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설명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사전공지 없이 일방적으로 운용 방식을 변경하면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삼성자산운용이 구성종목중 약 80%를 차지하던 WTI원유선물 6월물의 비중을 일방적으로 사전공지 없이 7,8,9월물들로 나눠 구성했다"며 "이로인해 급격한 하락후 반등을 기다리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원래 구성종목대로라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얻지 못하게 됐고, 추후에도 WTI 원유선물 6월물 또는 근월물의 상승이 있을 경우 기대보다 낮은 이득을 얻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측은 "월물 교체는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원금 손실 방어를 위해 시행한 것"이라며 사전공시 사항이 아닌 만큼 위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 피해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 '#또 삼성이야'를 개설했다. 이날 기준 카페의 가입자 수는 7909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관련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1만1765명을 기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