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1분기 성장률 -1.4%···"소비 외환위기 이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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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부터 본격화···"中보다 선방"
전문가들 "2분기 상황 더 악화" 전망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4%로 추락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경제 충격으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22년전인 1998년 외환위기 당시로 꼬꾸라진 탓이 크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를 기록한 것보다는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3월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고려하면, 2분기(4~6월)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3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속보치 기준 전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3% 증가했으나, 이 역시도 2009년 3분기(0.9%) 이후 10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쇼크→민간소비 -6.4%···IMF 이후 최저

구체적으로 1분기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6.4% 감소했다. 1998년 1분기(-13.8%)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외출이나 다중 접촉을 삼가면서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가 모조리 줄어든 결과다. 

특히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운수업, 문화 및 기타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2.0% 역성장했다. 이 역시 1998년 1분기(-6.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 결과 1분기 민간소비는 전체 실질 GDP를 3.1%p 끌어내렸다. 

1분기 정부소비는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정부소비는 2.5% 증가하며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분기에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코로나19로 정부가 예산을 조기 집행한 데 따라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로써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0.2%로 전분기(1.0%) 대비 낮아졌다. 

이외에 항목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비교적 선방했다. 1분기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2% 각각 증가했다. 수출은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등이 줄었으나 반도체 등이 늘면서 2.0% 감소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충격을 받았지만, 중국과 비교해선 충격 정도가 덜했던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7일 중국의 1분기 GDP가 -6.8%로 전분기(6.0%) 대비 12%p 이상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따로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8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점점 커지는 실물충격···2분기 본격화 전망

문제는 2분기다. 3월부터 코로나19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급격한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추산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실물·고용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1~2분기 연속 역성장이 현실화하면 2003년 1분기(-0.7%), 2분기(-0.2%) 이후 처음이 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 1분기 GDP에서 코로나19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긴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는 1분기 GDP 성장률을 2% 혹은 그 이상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충격을 덜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성장률 추이를 봤을 때 괜찮은 수준의 성장세라고 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2분기 성장률에 대해 박 국장은 "3월 고용이 크게 악화했고 이는 내수에 다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에서는 선방했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반도체가 효자 노릇을 한 영향이 있다. 2분기부터는 다른 나라들의 성장세가 악화됐고 이런 부분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관세청은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전년 대비 26.9% 줄었다고 밝혔다.  

관건은 3월말~4월초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전개될 내수 위축 회복과 수출의 감소세 정도가 어느 정도에 그칠지에 달려있다. 산술적으로 올 2·3·4분기 0.03% 성장률이 나오면 올해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수 있다. 

박 국장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선 "불활실성이 매우 높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IMF는 올해 국내 연간 경제성장률을 -1.2%로 봤는데 이를 전제로 계산하면 2분기 마이너스 폭이 이번 1분기(-1.4%) 수준이거나 상당히 커진다"고 덧붙였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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