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 KCGI, 지분 확장···가족 간 협력 '절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이 예상대로 한진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지난 13일 한진그룹이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목한다는 서류를 제출했기에 사실상 '조원태 체제'는 이미 업계에서 예상한 시나리오였다. 당시 제출 서류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친족과 계열사 범위를 정한 내용 등이 담겼다.
단,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17.84% 지분을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에 대한 상속 계획은 아직 매듭짓지 못했기에 조 회장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고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해 업계에선 '분할 상속'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15일 기존 동일인의 사망으로 동일인을 변경할 중대·명백한 사유가 발생한 3개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변경해 지정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한진에서는 조 회장이 동일인으로 직권지정됐다.
앞서 한진그룹은 기존 동일인이었던 조 전 회장의 별세 후 차기 총수 지정에 대한 내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관련 서류를 재때 제출하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 8일로 예정된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발표가 15일로 연기됐고, 결국 공정위가 조 회장을 차기 동일인으로 정했다.
조원태 체제가 공식화 됐지만 별세한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삼남매가 어떤 비율로 가져갈 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 회장이 총수일가 간 협력을 이끌기 위한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고 조 전 회장의 유언장이 없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기에 민법에 따른 상속비율대로 지분이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소유 현황을 보면 고 조 전 회장이 17.84%, 조 회장 2.34%, 남매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각각 2.31%와 2.30%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삼남매 간 지분 차이가 거의 없다. 만약 상속비율대로 지분이 돌아가면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중 이 전 이사장은 약 5.95%, 삼남매는 각각 약 3.96%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압박에 나서고 있는 2대 주주인 KCGI(14.98%)와의 지분 경쟁에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키려면 고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조 회장이 최대한 손실 없이 상속해야 하므로, 가족 간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고 조 전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는 약 3543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이다. 5년에 걸쳐 분납을 하더라도 연간 340억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러나 조원태·현아·현민 삼남매 간 갈등설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지난 8일까지였던 동일인 관련 자료 제출일을 미루는 과정에서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가족 간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공정위에 소명한 바 있다.
이로써 업계에선 그룹 지배력이 분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 총수일가의 상속세 신고 기한은 오는 10월 말일까지다. 일각에서는 지분 상속에 대한 논의가 하반기까지 길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