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여전히 판치는 허위매물···정부는 '나 몰라라'
[초점] 여전히 판치는 허위매물···정부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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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매물 정보와 다른 매물 소개···헛수고·시간낭비
발의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 험로 예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직장인 최 모(30) 씨는 최근 관악구 신림동 중개업소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온라인으로 마음에 드는 매물을 확인한 후 예약 방문을 했는데, 하루 새 매물이 나갔다며 다른 매물을 보여주겠다는 설명을 들은 것. 최 씨는 "그 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데, 혹시 허위매물이었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중개업자의 멋쩍은 웃음소리와 좋은 매물이 더 많다는 얘기뿐이었다. 

부동산 거래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음에도 '미끼상품'으로 불리는 허위매물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개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원룸 월세 등 규모가 작은 허위매물은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허위매물 근절을 위해선 촘촘한 모니터링과 적발 시 자격정지, 업무정지 등이 가능한 '제도적 틀' 마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 강남3구, 허위매물 多···'미끼매물'로 이용

26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제재를 받은 국내 중개업소는 전년 대비 약 29% 늘어난 2078개소로 집계됐다.

이들 중개업소는 1년 전(2627건)보다 59% 증가한 4185건의 매물 등록 제한 페널티를 받았다. 중개업소 1곳당 2건의 페널티를 중복으로 받은 셈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1~3월)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는 총 1만7195건으로 전년 동기(2만6375건)에 비해 35% 줄었으나, 대규모 재개발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서울 강남3구의 허위매물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가 124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1120건), 서초구(578건) 등 순이다. KISO의 조사 대상이 되는 가입사에 직방이나 다방, 한방 등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업체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 아파트 위주로 조사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허위매물 수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허위매물은 광고를 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매물이나, 매물의 정보가 광고와 다른 것을 의미한다. 집값이 급등하는 부동산 호황기에는 특정 지역 주민들의 호가 담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중개업자가 수요자를 유인하는 '미끼'로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광고를 보고 중개업소에 방문한 고객들에게 다른 매물을 홍보해 계약하게 함으로써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이다. 주로 가격이나 옵션, 층수, 주차 등의 정보가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허위매물에 대한 피해 사례가 늘면서 업계에선 자체적으로 허위매물 줄이기에 나섰다. KISO는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을 검증하는 '서버 및 서버의 부동산 매물 정보 관리 방법' 특허를 출원했으며, 직방과 다방은 '허위매물 아웃 프로젝트', '방주인 매물 검증 자동화 솔루션'을 진행 중이다.

◇ 공정위, 허위매물 시정조치 사례 '0건'···"근절 어려워"

이 같은 노력에도 상당수의 허위매물 광고가 온라인에 버젓이 올라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주요 원인으로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공정위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라 허위매물을 올린 업체에 대해 해당 광고를 중지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포하게 하는 등의 시정 조치는 물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공정위는 10년 가까이 허위매물에 대한 시정조치를 단 한 차례도 취하지 않았다. 여러 곳에 분포돼 있는 허위매물을 감시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영세업체로 볼 수 있는 중개업소에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관계자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이달까지 공정위에 악성 중개업소 리스트를 300건 넘게 보냈는데 단 한 건도 시정 조치가 없었다"며 "영세한 사업자에 손을 대는 것에 부담감이 있는 것 같은데, KISO 역시 국가기관이 아닌 공정위에서 인가를 받은 민간기관이다 보니 허위매물을 근절할 수 있는 강제성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상 허위매물의 기준을 정하고, 허위매물을 광고한 공인중개사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골자인데, 국토교통부가 조사,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고 제재 조치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됐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허위매물 근절이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우선 개정안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반발이 심해 법 개정까지 험로가 예상되는 데다 동일한 매물이 여러 중개업소에 올라오는 '공동중개' 구조에서는 허위매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부동산 거래시장은 근본적으로 공동중개 방식이다보니 중복 매물이 많다"면서 "허위매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독중개 방식의 시스템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인중개사 위주의 시장으로 변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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