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강화에도 건설업계 대응 '미지근'···가이드라인 탓만
'회계감사' 강화에도 건설업계 대응 '미지근'···가이드라인 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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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책임준공도 사업보고서에 주석으로 공시"
'자금 유출 가능성' 여부 주관적 판단···공시 최대한 미뤄
경기도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경기도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건설업계에도 회계감사 강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작 건설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금융당국이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책임준공' 약정내역을 사업보고서 주석에 공시하도록 주문했음에도 우발채무가 확대될 것을 염려한 업체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모호한 관련 가이드라인이 건설사들의 미온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발채무 공시는 의무사항이나 책임준공 내역 공시 대상에 대한 범위가 불명확한 탓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018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총 25곳, 2조2196억원의 대출금액에 대해 '책임준공 미이행 시 잔존채무 인수' 계약을 맺었다고 공개했다.

책임준공이란 예정준공일까지 공사를 마치겠다고 확약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건설사가 책임준공 약정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당초 계약에 따라 채무인수를 짊어지거나 손해배상 또는 지체상금을 부담해야 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주요 사업장에 한해 책임준공 내역을 공시했다. 부산 해운대 LCT, 경기도 판교 퍼스트파크, 여의도 파크원 등 총 3건으로, 금액 한도는 4조2300억원이다.

두 건설사가 책임준공 우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을 주석에 공시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감사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7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결산 시 회계관련 핵심 포인트를 안내했다. 

금감원은 핵심 포인트로 우발채무를 주요 유의사항으로 꼽았는데, 여기엔 그간 공시하지 않아도 됐던 '책임준공' 약정내역이 포함됐다. 우발 PF 신용보강 공시 의무를 한층 더 강화한 셈이다.

하지만 시행사나 사업장별로 책임준공 약정 현황을 공개한 곳은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에 그쳤다. 나머지 주요 건설사들은 비교적 간단하게 표기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책임준공 약정 건수·금액 규모(30건·1조9731억원)만 제시했으며, 사업보고기간이 지난 올 3월 체결한 부산 범천3구역 지역주택조합 사업(780억원)을 추가로 기재했다.

이 밖에 GS건설(1조2901억원)과 대우건설(6조6825억원), HDC현대산업개발(4조5623억원), 현대건설(6조4402억원), 현대엔지니어링(3조5739억원), SK건설(1조6112억원), 한화건설(1조1154억원) 등도 책임준공 약정 총액을 명시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책임준공 약정내역이 세세하게 표기될 경우 우발채무 급증과 자칫 기업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건설사들의 우발채무 공시가 제각각인 원인 중에는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도 한몫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규정에 따라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자금(자원) 유출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 우발부채의 특성과 재무적 영향의 추정금액, 자금유출액 또는 시기와 관련된 불확실성 정도를 공시하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인데, '자금 유출 가능성' 여부에 건설사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우발채무는 건설사가 중요도를 판단해 자금유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건을 주석에 공시하면 되는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공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지 않는 이상 건설사들의 구체적인 주석 공시는 늦춰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용보강의 주석 기재 기준이 모호하다면 건설사들은 구체적인 공시를 최대한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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