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결제망 개방엔 동감, 다만···" 은행별 온도차
"지급결제망 개방엔 동감, 다만···" 은행별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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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이탈 방지 차원 장점···시대 흐름 따라 핀테크 기술확보 유리"
"수수료 포기에도 비용은 은행 몫···핀테크 육성 위해 은행만 희생"
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과 국내 금융지주 회장단이 25일 '핀테크 금융혁신을 위한 은행지주 등 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과 국내 금융지주 회장단이 지난 25일 '핀테크 금융혁신을 위한 은행지주 등 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행권이 오픈뱅킹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급결제망을 모든 핀테크 업체와 은행에 개방하는 것을 두고 은행권 내에서 온도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 25일 금융위원회에 모여 그간 은행이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해왔던 지급결제망을 완전히 개방하는데 합의했다. 지급결제망은 은행권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성하고, 관리해 온 사업 밑천이지만 '금융혁신'이라는 목적 아래 무상에 가까운 비용만 받고 내주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A 은행 관계자는 “이미 핀테크 산업이 금융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은행권도 이를 받아들이고 결제망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B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은 금융시장 내에서 미미한 수준이라 은행이 희생해 망을 열어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결제망을 개방하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A 은행 관계자는 망 개방 이후 오히려 고객층이 더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고객이 자금을 빼가면 그 은행은 버틸수 없다. 현 상황에서 핀테크 업체나 다른 은행이 획기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면 고객은 자금을 빼서 그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난 2015년 계좌이동서비스 실행을 앞두고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전 은행권이 주거래은행 마케팅을 벌였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고객이 이동할 우려는 현저히 낮아진다. 굳이 주거래은행을 바꾸지 않아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질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지금까지 쌓아온 거래 실적을 모두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건 고객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주거래은행으로 갈아탄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 주거래은행은 시중은행으로 둔 채 보조 계좌로 사용하거나, 일부 대출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뿐이다.

시간과 막대한 자금으로 쌓아온 기존 은행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엔 핀테크 업체의 기술력이나 서비스가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A 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시대의 흐름에 맞춰 결제망을 열어주고 은행도 핀테크 업체의 기술력 등을 확보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게 전략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B 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 '희생'해야 하는데 은행이 많은 자본을 갖고 있고, 사회적으로 공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역할이 주어진 것이라고 봤다.

금융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오픈뱅킹 이용시 수수료는 40~50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핀테크 업체들이 펌뱅킹 채널을 이용해 거래할 때 지급하는 400~500원의 10분의1 수준이다. 금융위가 현재 핀테크 업체들의 거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산정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수수료를 포기했음에도 은행은 지급결제망 운영을 위한 비용을 지금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내야한다. 향후 거래가 늘어나 망을 증설해야 할 시점이 닥치더라도 그 비용은 온전히 은행 몫이다. 심지어 금융위는 망 증설 비용에 비해 거래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 향후 수수료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이미 못 박았다.

B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시대가 됐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혁신’이라며 해외 사례만 가져와 적용하려는 '조급증'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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