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ING생명에 2조3천억 베팅…업계1위 경쟁 '재점화'
신한금융, ING생명에 2조3천억 베팅…업계1위 경쟁 '재점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일 이사회 의결할 듯
신한 vs KB…다시 불붙는 리딩금융 경쟁
신한금융그룹 사옥 (사진=산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사옥 (사진=산한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리딩금융그룹 왕좌 재탈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몸집을 키우고 내실을 다지며 KB금융지주를 제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균 KB금융 회장의 자존심 싸움에도 다시 불꽃이 튀길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주당 잠정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4만7400원(4850만주), 총 인수가는 2조299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초 ING생명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2조5000억~3조원가량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신한금융이 무리한 금액을 쓰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2조 초반대로 가격을 낮췄고, 협상이 길어지면서 MBK파트너스가 매각가를 낮춰 협상을 진행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는 몸집과 내실 '두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NG생명의 자산규모는 6월말 기준 31조5375억원으로 신한금융의 연결기준 총자산 453조3675억원에 더할 경우 KB금융(463조3374억원)을 앞지르게 된다. 

실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ING생명은 올 상반기(1∼6월)에만 18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같은기간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1조7960억원으로 KB금융(1조9150억원)에 1194억원 차이로 밀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재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한금융은 9년 동안 유지했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에게 내준 원인을 비(非)은행 부문 계열사에서 찾고 있다. "1등 그룹의 위상 회복"을 강조한 윤종규 회장의 '덩치 키우기' 작전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윤 회장은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과 KB증권(옛 현대증권)을 연달아 인수, 비은행 계열 수익을 끌어올렸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중 신한은행이 70.8%(1조2718억원), 신한카드가 15.7%(2819억원), 신한생명이 3.9%(700억원)를 각각 차지했던 것을 볼 때 ING생명 인수로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분 역량도 더 키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과 1, 2위를 다투고 신한카드는 독보적인 업계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이미 신한금융의 보험 계열사가 취약하다는 말이 많았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두 그룹의 치열한 선두경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1위의 위상을 넘어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지난해 3월 조용병 회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러나 취임 첫 해 KB금융에 선두자리를 뺏겨 조 회장으로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조 회장이 이날 열린 17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신한은 대한민국 리딩금융그룹으로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지원하고 상생의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리딩금융을 재차 언급한 것도 윤 회장과의 '한판승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