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금융공룡' KB-신한, 1등 싸움…끝나지 않은 반전 드라마
'우물안 금융공룡' KB-신한, 1등 싸움…끝나지 않은 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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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신한금융 차지, 8년간 방어…2017년 절치부심 KB금융 탈환 성공
KB금융 2년 천하, 오렌지라이프 인수 신한에 내줘…M&A 경쟁 격화 전망
은행산업, 20여년 만에 상전벽해…글로벌 경쟁력·금융과점 등 과제 '부각'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사옥 (사진=각사)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사옥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한국의 은행산업은 1990년대 이른바 'IMF사태'를 겪으면서 일대 전환점을 맞게된다. 'IMF사태'는 지금도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면 모두가 기억하는 '은행원의 눈물'과 함께 '은행 대형화'라는 긍정적 결과도 가져왔다.

아픔속에 떠밀려 시작된 은행 대형화는 이후 금융지주체제로 재편되면서 나름대로 발전적으로 진화해왔다. 도토리 키재기였던 5대 시중은행과 후발 및 지방은행체제가 불과 20여 년만에 4대금융지주체제로 바뀌었다. 이들 각각이 거느린 크고 작은 금융계열사만도 적은 곳이 10개가 넘는다. 상전벽해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언제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한 일을 우리나라가 해 낸 셈이다.    

그 결과 은행산업은 '4강 속 2강'이라는 모습을 띄게 됐다. KB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 하나금융 등 은행 중심의 4대 금융지주 경쟁체제 속에 KB와 신한이 선두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초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준비중인 우리은행도 잠재적 경쟁자다. 

당시만 해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은행 대형화. 그러나 이제 대형화의 폐단은 없는지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의 과도한 덩치싸움을 경계해야할 여지는 없는지, 은행들도 금융당국도 보다 폭 넓은 시각에서 고민하고 지켜봐야할 시점이 됐다.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채용비리'와 같은 적폐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자리잡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상황에서 각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인수합병(M&A)으로 자산을 늘리며 뺏고 뺏기는 싸움을 이어온 신한금융과 KB금융. 두 금융그룹은 신한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계기로 다시한번 변곡점에 서게 됐다.      

KB금융은 2014년 KB사태라는 내홍을 딛고 일어선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결국 지난해 리딩뱅크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변이 없는 한 자산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KB금융이 올해 방어전에도 성공할 것으로 점쳐졌다.

5일 이변이 발생했다. "검토만" 뉘앙스를 흘리던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이날 이사회를 통해 인수를 확정하고 자산에 31조원을 더했다. 이로써 신한금융은 자산 484조2000억원으로 463조3000억원인 KB금융을 뛰어넘으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2년만에 되찾게 됐다.

이들의 리딩뱅크 경쟁은 KB금융이 지주체제로 전환하면서부터 예견됐었다. 지난 2001년 먼저 지주로 출범한 신한금융은 2003년 정부주도로 추진된 조흥은행 인수를 통해 은행 자산을 149조원으로 불리며 본격적인 대형화에 나섰다.

이후 2006년 진행된 LG카드 인수는 신한카드를 업계 1위로 올려놓는 계기가 됐으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획득하는 토대가 됐다.

2008년 지주 전환을 한 KB금융은 국민은행의 규모를 앞세워 2010년 9월말까지 타이틀을 유지했지만 2010년 12월 끝내 신한금융에 앞길을 내주고 말았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자산규모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자산규모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2012년 KB금융에게도 이를 따라잡을 기회가 돌아왔지만 이사회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바로 2조2000억원에 오렌지라이프, 당시 ING생명 지분 100% 인수를 검토했던 것이다. 결국 KB금융은 사정이야 어떻든 버린 패에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다.

승승장구하는 신한금융과 달리 KB금융은 2014년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 등으로 임원진의 힘겨루기로 내홍이 불거졌고, 2008년 과감하게 투자했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가치가 2014년 300억원대로 하락해 9000억원 적자로 되돌아오는 등 악재만 발생해 격차는 점점 벌어져갔다.

하지만 반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기간 업계 1위 타이틀을 독차지했던 탓인지 신한금융은 안주했다. 2006년 이후 빅딜에 침여해 몸집을 키우기보다 포트폴리오 관리에 더 힘쓰면서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반면 KB금융은 쪼개진 조직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외부로 신경을 돌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 윤종규 회장체제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M&A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 등 인수전은 고가 인수 논란에도 불구, 실적 개선으로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잔여지분 저가매수로 인한 일회성 수익이 발생하는 등 KB금융의 자산을 불리는 데 역할을 기대이상으로 해냈다. 윤종규 회장의 '회계전문가' 다운 발상과 역량이 빛을 발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리딩뱅크 타이틀은 2017년 초 다시 KB금융에게 넘어왔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앞서 2016년말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 1위 자리도 KB금융에 내줬다. 외형뿐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더 이상 1위자리를 지켜낼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번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금융권에 빅딜 매물이 바닥나면서 리딩뱅크 타이틀 경쟁은 당분간 신한금융이 우위에 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산 규모가 꽤 큰 차이를 보이는데다 지주전환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마저 M&A 경쟁 참여를 예고하고 있어 특히 그렇다.

다만 동양생명(30조5900억원)이나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롯데카드·캐피탈·손해보험)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판도는 뒤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덩치경쟁을 지켜보는 금융권의 시각엔 우려도 담겨 있다. 과연 커진 외형 만큼 내실도 다져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시대의 대외경쟁력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한국경제가 총체적인 어려움에 처한 현 상황에서 금융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넘어 질책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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