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베일에 쌓인 금호아시아나 공익재단과 'K·A' 계열사
[초점] 베일에 쌓인 금호아시아나 공익재단과 'K·A' 계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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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재건 '쌈짓돈' 의혹…부실경영 책임은 노동자에 '전가'  
아시아나항공의 A33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A33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대란'이 경영진 책임론으로 불거지면서 각종 문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양대 공익재단을 부당하게 이용했다는 의혹도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과 '케이(K) 시리즈' 계열사 등에서 기부금 형태로 출자된 자금이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 유지에 이용됐다는 주장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비영리법인 하의 자회사들이 자금 지원에 동원되고, '돈줄' 역할을 맡게 된 계열사의 부실화는 직원들의 노동 조건 악화로도 이어졌다. 간접 고용된 지상직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미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불법 파견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경영진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 문제를 노동자에게 떠넘겼고, 이는 결국 항공 사업 전체가 열악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공익재단'이 비상장 계열사 지분 100% 소유?

금호그룹에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이라는 2개의 공익재단이 있다. 앞서 경영권 회수 목적으로 설립된 금호기업에 출자된 자금 2321억원 중 1301억원은 박 회장이 직접 출자했지만 나머지는 해당 비영리 재단 두 곳과 K 시리즈 자회사들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이 두 재단은 K 혹은 '에이(A)'로 시작되는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익사업 목적의 재단이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한 배경을 두고 각종 의문이 잇따르기도 했다. '무늬만 공익법인' 아니냐는 지적에 그룹은 재단 운영자금 마련과 용역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금호그룹 지배구조는 '박삼구 회장 등 총수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로 이뤄져있다. 인수 과정에서 설립된 지주사 금호기업은 금호고속과 금호터미널 합병으로 금호홀딩스로 변했다가 지난 4월 금호고속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금호고속 지분 7.14%(우선주 57.14%)와 금호산업 지분 0.02%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재단은 금호의 영문명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에이(KA) △케이에프(KF) △케이알(KR) △케이오(KO) 등의 회사 지분 100%도 소유 중이다.

또 KA는 에이에이치(AH)와 에이큐(AQ)의 지분을, KO는 에이오(AO)의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KA와 KF의 경우 각각 금호고속 지분의 1.79%, 0.71% 차지하고 있다. 금호고속 우선주 42.85%를 보유한 죽호학원의 경우 케이지(KG)와 케이아이(KI) 두 곳 업체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출자한 회사들은 지상서비스 등의 업종을 영위하며 아시아나항공과 거래관계에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KA(여객지원) △KF(미화) △KR(정비지원) △KO(기내청소·수화물 및 기타 화물처리) △AH(외항사 지원) △AQ(여객운송지원) △AO(항공운송보조) △KG(사업시설 경비·소매업) △KI(건물종합관리) 등의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941명이 직원이 근무 중인 KA로, 지난 2012년 10월 16일 설립돼 2013년 2월 1일 자로 계열사 편입이 이뤄졌다. 직원 수 100명 미만의 회사가 있는가하면 올해 2월 1일 계열사로 편입된 AH의 경우 '0명'으로 기재돼있다. 

지상서비스 계열사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지상여객 조업은 KA와 AH, AQ에서 담당하는데 원래 3개의 업체가 KA 이름으로 묶여 있었다"면서 "2~3년 전 김포 등 지방공항을 담당하는 AQ가 만들어지면서 KA는 인천공항만 맡게 됐고, AH가 분사되면서 외항기 담당 부서도 쪼개졌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아시아나항공이나 그룹의 상무급 임원이 내려와서 경영을 맡는다는 점과 기부금 형식으로 재단에 전달되는 돈이 막대한 액수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단순 협력사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원청인 아시아나항공은 임금 책정에 있어 '도급 계약 상 문제'라면서 선을 그어왔지만 임금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 같은 관계는 모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5월 30일 기준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를 보면 KA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죽호학원에, KG도 비슷한 기간에 9차례 금호문화재단에 기부금을 지급한 바 있다. 

◇ '도급업체'라면서 원청이 업무지시···불법파견 의혹? 

공항에서 탑승권 발급, 비행 게이트 업무 등을 담당하는 지상직 직원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동일한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상직의 80% 이상이 KA 등 그룹 자회사 소속의 간접 고용 노동자다. 이번 기내식 대란 당시 승객들의 불만을 1차로 감당해야 했던 직원들이 이들이었다. 

하루 17시간의 노동으로 충분한 수면 시간조차 갖질 못하는 직원들은 임시 숙소에서 쪽잠을 잔 후 다음날 근무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퇴근이 아닌 잠시 쉬고 출근하는 셈이지만 기본급은 신입 사원 기준 100만원 언저리라고 직원들은 설명한다. 열악한 노동 조건과 분리 불가능한 업무를 여러 개의 자회사를 만들어 쪼갰다는 것, 일반 도급업체처럼 입찰을 통한 외주가 아닌 그룹 내 지분 관계에 얽혀있다는 점 등의 각종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소속된 회사가 아닌 원청의 업무 지시로 인해 사실상 불법 파견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도급은 원청업체가 사업장 내 특정 업무 일부를 하청업체로 이관해 수행토록 하는 형태로서 하청업체가 고용한 직원들이 현장에 투입된다. 파견의 경우 원청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면서 노동자만 파견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사용하는 형태다. 전반적인 수행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지휘를 누가 행사하는지에 따라 양자가 구별된다. 도급업체 직원에게 현장에서 원청의 업무지시가 있을 경우 이는 위장 도급 혹은 불법 파견의 소지가 있다. 불법 파견이 문제가 되는 것은 '중간착취'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하청 사업주는 물론 원청 또한 인건비 절감과 부당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조업 자회사의 한 직원은 "회사는 형식상으로는 입찰과정을 거쳤다면서 대놓고 '도급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는 협박도 한다"면서 "그러나 실상은 원청인 아시아나항공에서 업무 지시가 내려오기 때문에 사실상 도급이 아닌 파견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내식 대란이 발생하면서 회사 쪽에서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전부 중단한다'는 내용이 통보됨과 동시에 원청이 지휘를 하거나 업무 공유를 했던 카카오톡 대화방이 삭제되면서 문제점을 인지했다"면서 "노밀(No Meal) 여부 공지도 원청에서 도맡아 매일 공지를 했었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난 3일자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현재 불법 파견 관련 일부 하청업체 직원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혹은 개인이 불법 파견 진정을 하게 되면 노동부는 현장 조사를 진행해 판단을 내린다. 별도로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노동인권을 위한 노무사 모임 박성우 회장은 "도급업체라면 원청 관리자가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지휘·감독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해당 사례의 경우 위장 도급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법적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업무 지휘 감독'인지 혹은 '현장 대리인을 통한 협조 요청'인지가 쟁점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위장 도급에 명백히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공업무와 승객대면·이송·연료충전 등 지상조업업무는 구분된다. 그러나 아시아나의 경우 지상조업을 다시 나눠 세분화 시켰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항공 스케쥴과 주변 상황을 고려해 여러 명의 직원들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업무적 특성이 있는데도 경영진은 굳이 자회사까지 만들어 쪼갰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정찬무 정책국장은 "공장으로 비유하자면 생산 라인 분리가 불가능한데도 인위적으로 나눠놓은 셈"이라면서 "결국 분리 불가능한 업무를 쪼개는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경영 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다보니 불법 파견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0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도 과거와 달리 현재는 노조 설립, 노동시간 문제 등 사업주 입장에서 걸림돌로 보이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노동자들이 뭉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쪼갰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청은 하청업체가 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업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관리할 책임은 있지만 법적 기준을 넘어선 지시를 내린다면 위장 도급에 해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아시아나의 경우 불법 파견으로 볼 여지는 있겠지만 각종 판례와 비교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상직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KA의 경우 체크인 서비스, 마일리지 등 원청 규정을 따라야 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관련 내용 전달 정도는 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업무적인 협조를 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문제의 여지가 있는지는 내부적으로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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