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흘째···애꿎은 승객·직원만 '진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흘째···애꿎은 승객·직원만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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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앉아있는데 비상문 통해 기내식 탑재···부끄럽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대란'이 사흘째 이어졌다. 국제선 수십 편이 지연되거나 기내식 없이 출발해 승객들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굶는 사태가 발생한 것. 사흘 내내 공항 탑승 수속 카운터와 항공기 객실에서는 일대 혼전이 빚어졌다. 

일부 항공편에서는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비상문으로 기내식이 탑재되는 상황까지 벌어진 가운데 사태 수습 책임은 고스란히 현장 직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탑승한 항공편은 기내식이 정상 탑재된 채 상대적으로 정시 출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일 아시아나항공과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 1일 에어버스380 기종의 한 여객기에는 승객 전원 탑승 후 비상문(L4)를 통해 기내식이 탑재되는 일이 벌어졌다. 비상구열 좌석 배치를 받은 승객들은 앉아서 이 같은 상황을 지켜봐야 했고 승무원들은 얼굴을 붉혀야 했다.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비상문을 열었으니 규정에 위반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당 항공편을 지연시키면서 기내식을 싣고 갈지 아니면 미 탑재된 상태로 운항을 할지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L4는 왼쪽 제일 뒤에 위치한 비상문인데 원래 해당 문으로 기내식이 탑재된다"면서 "당시 기내식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보니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이동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 탑승 전 탑재하는 것이 맞지만 규정에 위반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도 위반 요인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드문 상황임을 강조했다. 국내 항공운항과 한 교수는 "만약 탑승구 문이 확실하게 닫힌 상태였다면 운항 중이라는 상황과 동일한데 현재까지 상황을 미뤄봤을 때 현행 규정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면서 "다만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 같아서 이해는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승객이 탑승한 상태라면 맨 앞쪽 탑승구만 열게 되는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비상문을 열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당시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객실 승무원을 포함한 현장 직원들은 이번 기내식 대란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탑승 대기 중인 승객들에게 회사에서 기내식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나중에 직원에게만 항의가 빗발친다거나 승무원들에게도 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따로 구매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는 것. 무엇보다 지난 1일에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2일 오전까지 회사 내부에서 별다른 공지가 없어 직원들은 각자 눈치 껏 행동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에게 공항 면세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30∼50달러 상당의 쿠폰을 지급했다.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승무원은 쿠폰을 나눠주면서도 일일이 다시 사과를 해야 했고, 객실에서 면세품까지 판매하느라 두 배로 힘을 빼야하지만 회사는 손해 볼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일 박삼구 회장이 탑승한 중국 칭다오(靑島)행 항공편은 정시에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박 회장이 이용한 항공편은 9시 5분 출발 예정이었지만 20분 연착돼 25분에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다른 항공편의 경우 1시간 이상 지연이 51편, 기내식 미 탑재의 경우 36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오전 9시를 전후에 상대적으로 제 시간에 출발한 항공편이 있긴 했지만 드문 경우였다"면서 "항공사로서 일어나서는 안 될 사태가 발생해 난리인 와중에 오너가 항공편을 이용했다면 사과라도 하는 것이 정상일텐데 해당 항공편은 완벽하게 기내식을 싣고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세브란스 병원 중국 현지 출점 건으로 칭다오를 방문했는데 해당 항공편에는 박 회장 외에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다른 유명 인사들도 있었다"면서 "실제 20분 정도 지연 출발됐듯이 특정 항공편을 우선 순위로 두고 기내식을 탑재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수천 사장은 이날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시행 첫 날 생산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다"면서 "기내식 서비스에 차질이 생겨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난 1~2일 보다는 상황이 많이 안전된 추세이기 때문에 2~3일 내 정상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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