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동력 차단하는 '필수공익사업'···항공업 제외 가능할까?
파업 동력 차단하는 '필수공익사업'···항공업 제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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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기본권 제한이 본질···최소 개선 필요
"필수유지업무 폐지하고 최소유지업무 신설해야"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조 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자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조 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자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최근 국내 대형항공사 2곳에서 유독 '오너 갑질' 문제가 불거진 원인 중 하나는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후 노동3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유다. 현행법상 필수공익사업이란 철도와 항공운수·전기·수도·석유정제·병원·한국은행·통신사업·혈액공급 등 '업무의 정지 혹은 폐지가 국민경제를 저해하고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사업'을 의미한다. 파업권을 봉쇄함으로써 항공업에서는 오히려 공익을 침해하고 회사가 총수 일가의 이익 창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공익의 보호와 단체행동권의 조화로운 보장을 목표로 한다는 당초 입법 취지는 10년이 지난 현재 무색한 실정이다. 노동조합의 견제가 없어진 양대 항공사들은 인건비와 안전예산부터 손댔다. 필요한 부문의 투자를 줄임으로써 조종사들의 비행시간 증가, 정비인력 감소 등 노동조건 악화는 심해졌고, 나아가 회사의 부실화까지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항공업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둘러싼 타당성 여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 항공업은 처음부터 필수공익사업이 아니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1조에 따르면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있어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내륙노선 50% 운항율을 유지해야 한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필수 인력은 업무 현장에 남겨둬야 하므로 전면 파업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파업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쟁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업이 처음부터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됐던 것은 아니다. 1997년 노동법 개정 시 포함되지 않았던 항공업은 2006년 노조법 개정 후 2008년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신설되면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다. 앞서 2005년 조종사 파업으로 수출 피해액이 커졌기 때문에 공익사업에 포함시켰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였다. 이는 과거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면서 대신 도입됐다. 직권중재가 단체행동권을 금지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공익과 쟁의권의 조화를 위해 도입된 것이 필수유지업무제다.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1997년에는 시외버스·택시 등이, 2001년에는 한국은행을 제외한 은행사업과 시내버스가 필수공입사업에서 지정 해제됐다. 필수유지업무제가 도입되면서 항공운수사업과 혈액공급 사업이 추가됐다. 항공업의 경우는 직권중재가 존재했을 때도 적용대상이 아니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필수유지업무제는 도입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도 마찬가지다. 직권중재 못지않게 쟁의권을 제한하고, 효과 없는 장기파업을 초래해 무노동 무임금 적용에 따른 이중피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당초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과잉 제한으로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것.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지난해 5월 발간한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위헌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는 "헌법 33조 1항은 필수공익사업 노동자에게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제3항에서 주요 방위산업체 종사자의 단체행동권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주요방위산업체가 아닌 공익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우 파업권에 대한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 가능하고, 이 경우에도 본질적인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김영관 변호사는 "필수유지업무제가 노동3권을 규정한 헌법 33조 1항에 위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굳이 이를 뒷받침할 헌법적 근거를 찾아보자면 37조 2항"이라면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각종 법률 조문들은 해당 조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박성우 회장은 "조문을 살펴보면 파업이 100% 무력화된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면서 "파업 시 필수인원을 남겨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측이 파업 기간 동안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된 이후 악화된 노동환경은 안전 문제 발생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항공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필수공익사업 지정으로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과도하게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해 보호되는 공익은 실제로 적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변호사는 "노사 간 교섭이 잘 이뤄지지 않을 시 노조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쟁의 행위가 유일한데 필수유지업무제는 카드 자체를 못 쓰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노조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주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 사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노동자 복지는 제외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도 "직권중재와 큰 차이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경우에 한해 노동부 장관 명령으로 파업 중지가 가능한 긴급조정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과잉 제한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라면서 "1990년 중반 항공사 파업 시 긴급조정으로 파업이 무력화된 사례가 몇 번 있는데 공익사업장 지정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국제기준에 비해 과도한 기본권 침해···'관제업무'로 제한필요

노동계는 필수유지업무제 도입 당시부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항공업 등이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돼 범위가 오히려 늘었고, 이는 국제 기준과 비교해도 파업권 제한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사용하는 '필수서비스'는 '업무의 중단이 국민의 전부 또는 일부의 생명, 안전이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한정되며, 병원과 수도공급·전기·항공관제가 포함된다.

노동계가 필수공익사업장 개념을 없애는 대신 '최소유지업무'만을 신설해야 한다는 이유다. 헌법이 규정한 쟁의권에 제한을 두기 위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도 지난 2016년 항공관제사업을 제외한 항공운수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다른 국가의 제도를 살펴보면 병원 파업 시 중환자실에 최소 인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항공분야는 관제 업무를 제외하고 필수업무제로 지정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항공사 간 네트워크도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을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업의 필수유지업무에는 항공기 조종·객실·정비업무 등 운항업무와 탑승수속·항공기운항감시·급유·견인·제설·수하물탑재 업무 등이 포함돼있다. 

조성애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만약 항공사 한 곳만 특정 지역에 취항한 경우는 간헐적인 운항이 이뤄져야 하므로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실은 다수의 항공사가 취항 중이기 때문에 대형항공사가 파업한다고 해서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당시 사업주 요구로 항공운수업이 갑자기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의 경우 각 지역마다 필수유지인력 수준이 다른데 노사가 협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기준을 결정해 버린다"면서 "과거 노사정 합의 때 민주노총이 빠진 이유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제도를 두고 합의하자고 하니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항공업계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현재 장거리 노선이 없기 때문에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될 경우 모든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오너의 방만 경영으로 인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지정 해제보다는 일정 부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필수공익사업 지정 해제로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항공 물류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철도와 항공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과거에는 항공수단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공익사업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사업 활성화로 일반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지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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