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도전자 은행(challenger bank),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 ICO(가상통화 공개) 등 4차 산업혁명은 은행이 그동안 누려왔던 강력한 성벽(해자)을 완화시키거나 없애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계좌에 대한 독점이 사라지고 제 3의 기업들이 계속 (은행권에) 접근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향후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 서울파이낸스 주최 '4차 산업혁명과 금융혁신' 주제의 2018 서울파이낸스 포럼에서 현재 시중 은행들은 지점 중심의 서비스가 중요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앞으로는 핀테크 업체들과 은행 간) 소비자와의 거리를 누가 가장 좁히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금융서비스를 듯하는 핀테크는 지난 2015년 금융당국에 의해 정보기술(IT)과 금융융합 발전계획이 발표되면서 시동이 걸렸다. 다음해인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기사인 알파고가 이세돌, 커제 등 바둑 고수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서 가상화폐 열풍, 블록체인 등 핀테크와 관련된 여러 주제가 화두에 올랐다. 더불어 간편결제·송금, P2P(개인 간 거래)대출,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규 핀테크 비지니스가 급성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규 핀테크 비즈니스가 급속도로 성장해 은행을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고객들과 접촉 접점이 훨씬 넓고 기술적 기반이 튼튼한 핀테크 기업들에 금융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리먼브러더스·도이체방크 사태 등을 거치며 기성 금융권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때문에 기존 은행들보다 자이언트 테크기업인 페이팔 등에 돈을 맡기겠다는 금융소비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선 인터넷은행의 대두로 손쉬운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위기 의식이 고조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시중은행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인데 인터넷은행이 그 분야로 시야를 넓힐 경우 기존 은행들의 전체적인 수익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국내 핀테크 산업이 중국식 모델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은 복잡한 시스템(레거시) 환경을 건너 뛰고 디지털시대의 성공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며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해지다 보니 길거리에 있는 동네 시장에서도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향후 은행들의 핵심전략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그는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나 간편송금 앱인 토스와 같은 수준의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은행들의 관련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지금과 같은 지점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은행들이 투자지주회사로의 전환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세계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등 여러 주요은행들이 하고 있듯이 스타트업을 비롯한 핀테크 업체들과 투자와 제휴를 많이 해야 한다"며 "핀테크 업체들이 기성 비즈니스 모델을 잠식할 때에도 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변화에 편승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좋은 데이터를 가공해 제공할 수 있는 백엔드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은행은 그 어느 곳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라며 "은행이 가진 고객 기반이라든가 계좌와 같은 영업기반을 잘 활용하면 미래에도 핀테크 기업들을 압도하는 경쟁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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