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4차 산업혁명의 '간단한 경제학'
[전문가 기고] 4차 산업혁명의 '간단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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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4차 산업혁명이 화제가 된 지가 어느덧 3년이나 지났지만,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물리치는 장면을 국민 다수가 목격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은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 단골 키워드가 됐다. 그렇지만, 인공지능과 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기대와 공포가 혼재하고 있다.

기술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조금 손에 잡히는 개념으로 설명해 볼 수는 없을까? 이런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이 있다. 인공지능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로트만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3인방, 어제이 애그러월, 조슈아 갠즈, 아비 골드파브가 지난해 내놓은 <Prediction Machine(예측 기계)>다.

이 책이 주목할만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빠짐없이 언급되는 기술인 인공지능이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 매우 단순하고 명료한 경제학 이론을 통해서 설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이용하면 4차 산업혁명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세계 경제를 바꾸어 왔던 핵심 기술인 컴퓨터·인터넷·플랫폼에서부터 최근의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자들이 이 책의 부제로 내세우고 있는 인공지능의 간단한 경제학(The Simpl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은 '4차 산업혁명의 간단한 경제학'으로도 재구성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한다는 말은 곧 그 기술의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가격의 하락은 더 많은 수요를 자극한다. 기업들은 이전보다 저렴해진 기술을 이용해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그렇게 더 저렴하게 생산된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한다.

<예측 기계>의 저자들은 이러한 간단한 규칙이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본질적으로 예측 기술이다. 여기서 예측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는 정보를 만드는 일이다.

얼핏 낯설어 보이는 예측은 우리 일상에서 늘 해오는 일이다. 특히, 기업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가 예측이다. 예를 들어, 금융 투자자에게 있어 경제나 기업의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투자 성과를 가르는 핵심 활동이다. 소매업은 소비자의 선호를 예측해서 빠르게 제품을 준비하고, 배송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으며, 광고나 미디어 산업에서는 어떤 소비자들을 타깃팅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농업·에너지 산업 등에서는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인공지능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예측에 의존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나타난다. 예측 비용의 감소는 재고 관리, 수요 예측과 같이 예측 지향적인(prediction-oriented) 활동을 더욱 저렴하게 해줌으로써 기업들이 예측의 정확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을 만큼 예측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서 기업은 과거보다 소비자가 더 만족하면서, 가격은 더욱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제의 변화가 예측 비용의 하락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저자들은 책의 제목을 <예측 기계>라고 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예측 비용이 하락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히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치지 않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컴퓨터의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컴퓨터는 쉽게 말해서 ‘계산 기계’다. 컴퓨터의 발전은 계산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어 줌으로써 1차적으로 계산이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수식 계산, 장부 정리 등의 활동을 저렴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컴퓨터의 발전은 카메라 산업이라는 다소 동떨어진 산업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컴퓨터에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반도체의 가격 하락과 보급으로 카메라 산업은 기존의 화학 기술에 기반한 필름 카메라 중심에서 산술 연산에 기반한 디지털카메라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이렇게 계산 비용의 하락으로 인해서 바뀐 산업은 음악·신문·TV·오디오·전화 등 우리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예측 비용을 낮추게 되면 전통적으로 예측이 투입되지 않았던 산업에서도 예측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이다. 과거의 자율 주행은 창고나 공장, 엘리베이터, 지하철과 같은 고도로 통제되는 환경에서만 가능하였다.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가 제한적으로 상정돼 있어야만 '이프-덴(if-then)' 형태, 즉,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전에 정의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의사결정 알고리듬을 통해서 자율 주행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자율주행차 분야의 선도 기업들은 운전을 예측 문제로 재구성함으로써 과거의 한계를 극복했다. 과거와 같이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외부 환경의 변화와 인간의 판단에 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했다. 인공지능이 매 상황마다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예측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운전은 이전에는 예측 문제가 아니었지만, 현재는 예측 문제로 재구성됐다. 예측 비용의 하락이 자율주행 문제를 예측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인터넷을 바라보면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연결 기계’이다. 인터넷은 탐색 비용과 의사소통 비용을 낮추었다. 이로 인해서 더 많은 탐색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이것은 탐색과 의사소통이 동반되는 더 많은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인터넷을 중심으로 경제와 산업 전반의 변화가 동반됐다. 오늘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서 소식을 나누거나(페이스북), 영상을 나누기도 하며(유튜브), 물건을 사고팔기도 한다(아마존). 최근에는 집과 자동차의 '사용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이 등장해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블록체인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 2015년 10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직관적으로 표현했듯이 블록체인은 ‘신뢰 기계’(The trust machine)다. 블록체인이 세상의 변화에 미치는 핵심적인 기제는 인간 사회의 필수적인 신뢰를 정부·법원·은행과 같은 제3의 신뢰 기관이 아니라 기계가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은행을 거치지 않고서도 금전적 가치를 전 세계 어디든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앞으로 등장할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현대 경제활동의 근간인 계약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체결되고 이행될 수 있는 신뢰를 제공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중심에 두고 사업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예로 소비자는 10년 후에도 더 낮은 가격과 더 빠른 배송을 원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존은 항상 최저가와 빠른 배송에 집중해 왔음을 강조한다. 간단한 경제학이 사업 전략의 중요한 지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간단한 경제학'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기술 혁신으로 인해서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간단한 경제학 원리가 복잡한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계산 기계(컴퓨터), 연결 기계(인터넷)의 가격이 하락하고 보급됐던 경제에 예측 기계(인공지능), 신뢰 기계(블록체인)가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간단한 원리가 세상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손가락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고 있는 세상의 변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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