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피하자"…중견 건설사 고육지책 '민간임대 아파트' 
"미분양 피하자"…중견 건설사 고육지책 '민간임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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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회피 목적 사업선회…분양가 산정 기준 필요성 대두
원건설이 분양전환 민간임대아파트로 공급하는 '동남 힐데스하임 The와이드' 조감도. (사진=원건설)
원건설이 분양전환 민간임대아파트로 공급하는 '동남 힐데스하임 The와이드' 조감도. (사진=원건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방에서 속출하는 미분양 주택으로 속앓이를 하던 건설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분양전환 민간임대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미분양으로 손실을 입느니 '임대 후 분양전환'이라는 방식을 통해 부담을 줄이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분양전환 민간임대아파트는 수요자들에게도 틈새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나, 최장 8년의 거주기간이 끝난 후 분양가 산정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원건설은 이달 중으로 청주시 동남지구 B9, B10 블록 '동남 힐데스하임 The와이드'를 선보인다. 단지는 5년 전세형 민간임대아파트로, 5년간 전세로 거주해본 후 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 

중흥건설은 5월 부산광역시 사하구 구평동에 들어서는 민간임대 아파트인 '구평 중흥S-클래스'를 공급할 예정이며, 우미건설은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동남지구 B8 블록에서의 분양 사업을 '임대 후 분양전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이달 동남지구 B7블록에 분양하는 단지는 일반분양이나, B8블록 물량은 임대 후 분양전환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청주시에 제출한 상태"라면서 "내년 공급 물량인 만큼 상황을 보고 사업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양전환 민간임대아파트는 최장 8년간 임대로 살아본 후 분양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아파트다. 청약통장 보유 여부나 소득제한,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임대아파트다 보니 취득세나 재산세 등 세금 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됐을 당시엔 주택도시기금을 저리로 융자할 수 있고,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건설사들이 주목했다면, 최근에는 미분양 공포를 벗어나기 위한 타개책으로 삼는 사례가 적지 않다.

건설사들 사이에선 주택공급 과잉과 지역경기 침체, 정부규제로 위축된 수요자의 심리 등 겹악재로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는 양상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이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섣불리 분양에 나서기가 조심스러워졌다"며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지 않으면 공사비 회수가 지연되고 금융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차라리 임대로 우선 공급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귀띔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세금 감면 혜택이 있는 분양전환 민간임대아파트는 떠오르는 틈새상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10월 제일건설이 의왕 백운밸리에 공급한 민간임대 아파트 '의왕백운밸리 제일풍경채 에코&블루'는 평균 43.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전 세대가 빠르게 완판됐다.

다만 분양전환 시 불투명한 분양가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에는 최장 8년 이후 분양전환을 할 때 분양가 산정에 대한 규정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민간임대아파트 제도는 정부가 건설사들의 참여를 통해 임대주택을 늘리고자 마련한 만큼, 분양전환 관련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얘긴데, 업계에선 향후 세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취득세와 재산세가 감면되고, 커뮤니티 시설도 일반분양 아파트 못지않게 조성되는 것에선 수요자에게 이점이 많은 아파트지만, 임대기간 이후의 불확실성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세입자들은 이미 장기간 그 아파트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분양전환을 선택하는 사례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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