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임종룡 "지금이 거래소 개혁의 골든타임"
[일문일답] 임종룡 "지금이 거래소 개혁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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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한국거래소는 국제적인 구조개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 상황"이라며 "거래소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자칫 한국거래소가 활력을 상실한 고립된 지역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IPO(기업공개) 추진 시,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차익 처리부분과 관련해서는 "상장 회사 차익을 전부 주주가 가져간다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가 않다"며 "상장차익을 통해 조성된 기금은 자본시장 발전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부분은 앞으로 시기가 다가오면 주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왜 이 시점에서 거래소 개혁이 필요한가.

= 자본 이동의 자유화로 자본시장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자국의 자본시장을 발전 시키려는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 주변국들도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거래소 시장에 대한 편중이 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거래소 경쟁력이 곧 자본시장의 경쟁력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국제적인 구조개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 상황이다. 거래소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자칫 한국거래소가 활력을 상실한 고립된 지역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거래소 개혁을 통해 자본시장 전반의 활력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금융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현 시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과거 거래소 통합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 과거 거래소 통합은 IT 중복투자 방지를 통한 비용절감과 IT 버블 후 부실화된 코스닥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통합 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 통합의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러한 통합의 결과 코스닥시장이 특색 없는 2부시장에 안주하는 등 독점에 따른 비효율이 심화됨에 따라 당초 통합의 취지를 그대로 살리는 범위에서 독점에 따른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지주회사로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지주회사 구조 하에서는 각 시장 자회사의 IT 관련부문을 전산 자회사가 통합 관리하므로, 각 시장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더라도 IT 중복투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코스닥시장이 많이 건전화되고, 시장의 기반도 견고해진 만큼, 이제 '정상화'의 기조에서 벗어나 시장의 활력을 되찾고 코스피시장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의 조직구조를 시장 상황 등 외부환경에 따라 바꾸어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단일법인 형태에서 M&A 등을 거치며 복수의 거래소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이제 본격적인 국제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만큼,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방안 마련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쳤는지?

= 지난 3개월간 실무TF, 공개세미나, 금융개혁회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현장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30일에는 모든 거래소 주주들을 대상으로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또 2차례에 걸친 금융개혁자문단 및 금융개혁회의 논의를 거쳐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코스닥을 우선 분리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는데, 이를 철회한 것인지?

= 정부는 거래소 조직구조 개편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며,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을 우선 분리하는 방안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보다 신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으며, 이러한 의견을 수용해 최종적으로는 우선 법 개정을 추진하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이 분리되면 상장요건도 완화할 것인지?

= 이번 거래소 개혁의 목표 중 하나는 거래소가 시장운영에 있어 더 많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것인 만큼,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은 상장활성화 측면과 투자자 신뢰 확보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거래소가 적절한 기준을 세워 나갈 것으로 생각이다. 다만, 현재 상장기준이 이익요건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경직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거래소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장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 분리로 인해 '묻지마 상장'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코스닥시장은 더 이상 '묻지마상장', '다산다사'의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며, 코스닥시장의 발전을 위해 상장 활성화를 도모하되, 투자자 보호는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코스닥시장의 상장 활성화는 아무 기업이나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잘 골라서 유치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다. 세계의 모든 상업거래소들은 '상장활성화'와 '투자자신뢰'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상장제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제 코스닥시장도 더 효과적인 상장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주회사 구조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지주회사 구조의 효율성은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역할분담이나 세부적인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좌우된다. 앞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 점을 충분히 심도있게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거래소지주회사는 완전히 상이한 업종의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일반적인 지주회사와는 달리 자회사의 범위가 거래소와 거래소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부수기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적인 지주회사에 비해 지주회사의 전략적 관리가 용이하고 운영상의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회사의 규모 측면에서도 은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금융지주회사와는 달리 특정자회사의 비대화에 따른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 하고, 시장의 공통인프라를 공유하여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등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비용소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거래소 조직개편으로 상장부진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 지금까지 상장활성화를 위해 상장규정을 미시적으로 개선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그러나 현재 상장활력의 부진은 상장기준과 요건의 문제라기 보다 상장제도의 운영과 심사관행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상장제도를 개선하고, 보다 적극적인 상장유치를 통해 좋은 기업을 상장시키려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할 경우 각 시장간 상장경쟁을 통해 상장유치가 활성화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시장별 경영성과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장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상장차익의 처리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 한국거래소는 정부로부터 독점적인 권한을 받아 수익을 얻어온 만큼, 그 수익이 누적된 상장차익이 전적으로 주주의 몫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법률적으로 상장차익의 일부 출연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의 상장은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므로, 상장차익의 처리 문제도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장을 통해 영리성이 강화되면 수수료 인상 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 거래소지주회사가 상장된 이후에도 거래소지주회사 및 각 거래소 자회사의 수수료 책정 등에 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시장효율화위원회가 그 적정성을 심사한다. 따라서 과도하게 비합리적인 수수료 책정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거래소 노조가 구조개혁을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 이번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은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다. 거래소 직원들도 이점을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하며 거래소 경영진과 직원들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다.

▲우리와 같이 정부주도의 거래소 개혁을 한 사례가 있는지?

= 일본도 아베노믹스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거래소 구조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1월 동경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를 합병해 지주회사 형태의 JPX그룹을 출범하고 TSE 시장 및 Jasdaq에 동시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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