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通貨전쟁의 미래
국제通貨전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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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디펜던트의 특종보도 하나로 ‘달러의 종말’이 본격적으로 얘기되고 국제 금 시세는 폭등하고 있다. 보도 직후 국제시장에서 금값은 온스당 20달러 넘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중국, 일본, 프랑스 등과 함께 석유시장에서 달러를 배제하기 위한 비밀회의를 진행해왔다는 인디펜던트의 보도는 그 파장이 일파만파 번져갈 조짐이다. 달러가치 하락과 원자재가 상승, 그로 인한 각국의 입지 변화 등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 보도에 따르면 달러를 대체할 통화 바스켓에는 엔화와 위안화 그리고 금과 중동 산유국들의 새로운 공동통화 등이 포함되며 비밀회의 참여국 중 하나인 러시아도 루불화를 포함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비밀회의는 석유 결제에서 달러를 배제하는 시기를 9년 후인 2018년으로 잡고 일을 진행해 나가려 한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현재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폭락하며 전 세계 통화는 새로운 기축통화가 등장할 때까지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형국의 통화전쟁이 치러질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달러 가치의 폭락이나 금값 폭등이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당장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의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고 늘어날 대로 늘어난 미국 정부의 부채 감소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달러가치 하락 추세는 미국 스스로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더욱이 달러 가치 하락으로 치솟고 있는 금값 폭등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게는 이익이 될 일이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8133.5톤으로 2위인 독일의 3412.6톤에 비해서도 2배 이상에 달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무너질 경우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축에서 끌어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저 상황이 흘러가도록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어떤 형태로 국제통화전쟁이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정확한 시나리오를 쓰기 어려운 단계다.

미국의 처지가 어찌되든 비밀회의의 목표대로 9년 후에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면 그 이후로도 국제통화시장은 길고도 지루한 전쟁이 이어질 것이다. 새로이 우뚝한 기축통화가 결정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늘 결정권 없는 약자들이라는 점이 걱정된다. 한국은 통화전쟁의 약자임을 이번 소동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단일 기축통화 없이 통화 바스켓 내의 모든 통화가 평화공존하리라는 기대는 적어도 역사적 경험으로 미뤄보나 패권국가화 하고 있는 각 참가국들의 성향으로 보나 단지 희망사항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인류사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제 손의 떡에 만족하는 강대국은 없다. 오랫동안 변방의 정치에 안주해온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지배되는 한국의 경우를 예외라면 예외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돌아보면 한민족이 무기력한 미래를 대물림하게 된 최초의 결정은 이성계의 조선왕조가 ‘사대’를 내세우며 오랜 역사의 주역이었던 민족을 졸지에 중원의 신생왕국에 불과했던 명나라의 제후국으로 가져다 바치면서 이루어졌다. 신라가 당나라의 원조를 받아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자신들의 왕국을 보존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제후국으로 자처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근세조선 이후 식민지를 경험하고 난 후의 새로운 국가건설은 남북이 갈라지며 남쪽은 점령군으로 진주한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이루어졌다. 그 이후 미국 의존도는 날이 가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10년 두 정부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시도한 노력은 단지 좌파로 몰렸다. 반공이데올로기가 여전히 횡행하는 사회에서 치명적 무기인 좌파의 딱지로 모든 개혁 시도는 물거품을 만들었고 지금은 10년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의존성 탓인지 이미 달러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한국은 대체통화로서의 금 보유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6월말 현재 한국의 금 보유량은 14.3톤으로 103개국 가운데 56위 수준이라고 최근 세계금위원회(WGC)가 공개했다.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보며 국가정책을 영위해 가려는 것인지 절로 한숨이 나오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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