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모집 출혈경쟁…또 다시 논란
신용카드모집 출혈경쟁…또 다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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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한 개당 최고 4만원 현금 지급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신용카드모집인들의 무리한 영업 행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카드 한 개 발급 시 적게는 2만원부터 많게는 4만원까지 현금을 지급하고 있어 카드모집인들 사이에 출혈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 더구나 경기 불황의 여파로 힘든 서민들에게 현금을 주겠다고 유혹하고 있어 또 다른 카드 부실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모씨(25세)는 최근 여러 명의 카드 모집인들로부터 카드를 발급하면 현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이씨는 삼성빅앤빅카드, 신한A1카드, 현대M카드를 발급받으면서 모집인들로부터 카드당 각각 2만원, 2만원, 4만원 등 총 8만원의 현금을 받았다. 이씨는 “국민카드도 발급 받으면 돈을 준다고 해 발급을 신청했지만 카드 발급 수가 많아 심사에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카드 초년도 연회비까지도 카드모집인으로부터 인터넷 뱅킹으로 이체 받아 사실상 이씨가 카드를 발급한 것만으로 9만원의 현금을 받은 셈이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전모씨(26세)는 2달 전 삼성카드를 발급받는 조건으로 카드모집인에게서 2만원의 현금을 받았다. 전씨는 “최근 카드모집인들이 카드발급을 전제로 상품권이나 현금을 주겠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돈까지 주는데 카드 발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카드 모집인들의 출혈 경쟁에 카드사들과 여신금융협회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들은 말단 영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까지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드 모집 실적에 대한 카드 모집인 수수료를 지급해주는 곳이 다름 아닌 카드사임을 감안하면 어떠한 이유로든 카드사가 불법 영업 행태에 대해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백화점 등 카드모집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불법영업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명의 단속 인원으로 영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카드불법영업 행위를 단속하기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 관계자는 “불법영업행위는 제보가 있어야 사실상 적발을 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적발 사례가 드물다”고 덧붙였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카드전업모집인은 2만4982명, 제휴모집인은 1만4295명으로 총 3만9277명에 이른다. 1명당 3273명의 카드불법영업를 단속하고 있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도 “불법영업을 감시하기 위해 불법영업단속반을 상시 운영 중”이라며 “불법행위 적발 시 카드모집인에 대해 계약 해지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드모집인들이 카드 발급 시 현금을 준다고 광고하고 다니며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단속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영업상 경쟁사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어 카드 발급 건당 수수료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드 모집인들이 현금을 2만원에서 4만원까지 제공하면서까지 영업활동을 하는 것을 미뤄볼 때 이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들의 지나친 경품과 상품 설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카드 발급 지점이 따라 경품이 다르긴 하지만 롯데카드는 카드 발급 시 카드회원들에게 로션 등의 경품을 제동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연회비의 10%이내로만 경품이 허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당 영업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롯데카드와 GM대우 자동차와 연계된 지엠대우카드를 발급 시 초년도 연회비 5천 원만 내면 카드유효기간 5년 동안 한해 1원 이상의 실적만 있으면 4년간 연회비 면제는 물론 카드할인 혜택가지 제공하고 있다. 이 카드의 연회비는 1만5천 원이나 최근 이벤트 기간을 설정, 연회비를 70%가까이 할인해 주고 있다. 이에 무리한 영업 수단으로 인해 카드이용폐해 및 출혈 경쟁 등으로 신용불량자 양성을 초래할 수 있고 공정거래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롯데카드의 과당 영업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들 입장에서 요즘 같은 경기 불황기에 다량의 카드 소지 시 현금 서비스 등 유동 자금 마련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자칫 지나친 카드 사용으로 카드사용액 체납, 카드깡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2달전 만 해도 국정감사 때 신용카드 리볼빙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결제를 미뤄 둔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이 7조5000억 원에 달해 LG카드 사태 이후 제2의 카드대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10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은 2006년 4조2174억 원, 2007년 6조4635억 원, 2008년 6월 말 현재 7조5328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총 신용의 11.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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