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톺아보기] 애플페이 득보다 실?···현대카드 1분기 실적 뒷걸음
[금융톺아보기] 애플페이 득보다 실?···현대카드 1분기 실적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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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업계 유일 호실적에서 올해 1분기 순익 9.9% 감소로
매출·점유율 상승했지만···대손·이자비용 상승세가 더 커
내실경영에서 영업확대로 돌파구를···해외진출 기반 다져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사진=현대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지난해 업계 전체에 불어닥친 불황에도 홀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던 현대카드가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상위 3개사의 경우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현대카드는 순이익이 10%나 감소하며 상위권 레이스에서 한발 멀어졌기 때문이다.

애플페이의 흥행을 바탕으로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늘었지만, 이자·수수료 비용이 크게 늘어난 점이 발목을 잡았단 분석이다. 다만 영업자산을 늘리며 외형을 확장한 데다, 해외진출 기반을 다지는 등 실적 방어 대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 흥행에 매출 늘었지만"···순익 10% 감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70억원) 감소했다.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총 순이익(6734억원)이 일년새 15%나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다소 부진한 성적표다. 특히 상위 3개사의 순익은 평균 27.4%나 증가했다는 점에서 상위사들과의 격차가 벌어졌단 평도 나온다.

이는 실적 방어에 성공했던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지난해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 비우호적 여건 속에서도 현대카드의 순이익은 4.4% 증가했다.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롯데카드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실적이 증가한 곳은 현대카드뿐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지표가 여럿 눈에 띈다. 현대카드의 1분기 이용실적은 42조96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나 확대됐으며, 영업수익은 7051억원으로 일년새 11.6%나 뛰었다. 특히 본업인 카드부문의 수익은 4112억원으로 16.3%나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도입했던 애플페이 효과로 보인다. 실제 애플페이 출시 한달간 현대카드 신규 발급건수(35만5000건)가 전년 동기 대비 156%나 폭증하는 흥행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업계 유일한 제휴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점유율도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신용판매 취급액(국내·개인, 8개사 기준) 점유율은 18.8%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p)나 상승했다. 순위도 삼성카드(18%)를 제치고 업계 2위로 한계단 올랐다. 해외신용 점유율도 23.4%로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신용판매 부문에선 압도적 성과를 보였다.

◇실적 악화시킨 세가지 요인···"비용, 수수료, 대손비용"

이런 성과에도 실적이 감소한 요인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영업 확대로 인한 비용 증가세다. 1분기 현대카드의 이자비용은 1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나 증가했다. 상위 3개사의 이자비용(5690억원)이 10.9% 증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비용 증가세가 가파르다.

두 번째는 애플페이의 높은 수수료율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현대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수익(1조672억원)은 전년 대비 21.9%(1917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제휴사 지급수수료(5025억원)는 82.6%(2273억원)이나 폭증했다.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가 주력인 현대카드의 특성상 애플페이 도입 이전인 2022년에도 제휴사 지급수수료(2752억원) 규모는 업계에서 가장 컸다. 다만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사의 제휴수수료가 지난 한해 31.6% 증가에 그친 것에 비하면, 현대카드의 증가세가 부각된다.

업권에선 제휴수수료 폭증의 핵심 원인으로 건당 0.15%로 추산되는 애플페이 수수료를 지목하고 있다. 이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통해 외형 확장엔 성공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명백한 실패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결국 수익성 개선이 시급했던 현대카드는 고수익 여신인 카드대출 취급을 확대하는 강수를 두면서 1분기 현대카드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이용실적은 각각 1조5592억원, 1조67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7%, 47.2%씩 급증했다.

그 결과 1분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139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11.9%나 폭증, 순익이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출 취급여력이 있어서 우량회원을 중심으로 금융상품 취급을 늘렸다"며 "회원수와 신용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익 자체는 증가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린 영향에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답변했다.

◇내실경영에서 영업확대로 선회···"건전성도 안정적"

주목할 점은 현대카드가 기존 실적을 보장해 준 '내실경영' 기조에서에서 '영업확대'로 영업전략을 선회했다는 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1분기 현대카드의 회사채 잔액은 11조852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7%나 급증했고, 평균 이자율 또한 3.28%에서 3.74%로 0.46%p 상승했다. 고금리 기조 속 차입을 확대한 것이 고스란히 비용으로 치환됐지만, 바꿔 말하면 비용을 절감시켰던 지난해 초와 비교해 조달시장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1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총 자산이 25조786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7%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 총 자산(23조9372억원)이 전년 대비 4.6% 감소했음에도, 순이익(2651억원)이 4.3% 증가했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건전성 리스크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현대카드의 1개월 이상 전체 연체율은 1.04%로, 전년 말 대비 소폭(0.07%p)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업계 최하위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7%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02%p) 하락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꾸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업계 최저 수준으로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도 건전성 중심의 경영으로 연체율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新 화두는 해외진출?···파트너십 통한 데이터·네트워크 '초점'

업권에서는 현대카드의 올해 전략이 해외진출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시장에서 최초로 신용등급을 획득한데 이어, 올해 들어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작년 6월에는 글로벌 결제네트워크 기업 비자(Visa)와 데이터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특히 높은 PLCC 비중과, 해외에서도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는 애플페이의 도입, 파트너사의 데이터 동맹 '도메인 갤럭시' 등을 감안하면 현대카드의 해외진출 전략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데이터와 결제네트워크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당시 일본에 자사 신용카드 IT 시스템을 수출한 것 역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국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획득한 우수한 신용등급은 자금조달은 물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해외채권의 정기적 발행사로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보다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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