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 현대 vs '가격' 포스코···'여의도 한양' 시공권 향방은?
'고급화' 현대 vs '가격' 포스코···'여의도 한양' 시공권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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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하이퍼엔드로 분양수익 확대'···포스코 '사업비 낮춰 파격 조건'
공사비 치솟는데 경쟁 위해 '3.3m당 800만원대' 무리한 공사비 우려
"단지 조건과 공법 등에 따라 공사비 다르게 책정, 저가 공사 아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재건축 홍보관. 10월 중 완료됐어야 할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이 KB부동산신탁에 대한 서울시의 시정명령으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재건축 홍보관. 10월 중 완료됐어야 할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이 KB부동산신탁에 대한 서울시의 시정명령으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해 국내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위 자리를 두고 선두 경쟁을 펼쳤던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다시 맞붙었다. 시공사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사는 막판 수주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총사업비 7000억원 규모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588가구를 최고 56층, 아파트 956가구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로, 애초 좋은 입지와 함께 '여의도 1호 재건축'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여의도 한양)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 회의를 연다. 여의도 한양 시공사 입찰에 나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나란히 고급형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각각 내걸었다. 

'디에이치 여의도 퍼스트'를 단지명으로 제안한 현대건설은 소유주의 분양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하이엔드보다 더 고급화를 내세운 '하이퍼엔드' 주거단지로 짓겠다며 고층의 경우 한강 조망권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분양수입 증가 가구당 약 6억원 △미분양 때 최초 일반분양가로 대물 인수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모든 이익 소유주 귀속 등 분양수익을 강조했다. 소유주가 동일평형에 입주할 경우 100% 환급해 준다는 파격 조건도 걸었는데 이는 사실상 분담금이 0원인 셈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특히 지난 13일엔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직접 한양아파트를 찾아가 "여의도 한양을 반드시 수주해 명실상부 여의도 최고의 랜드마크로 건설해야 한다"며 "원가를 초과하더라도 최고의 품질과 소유주에게 제시한 '개발이익 극대화' 사업 제안을 반드시 지키고, 하이퍼엔드 특화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건설사 대표가 수주 경쟁이 한창인 사업장을 방문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회사가 해당 사업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오티에르 여의도'로 맞서는 포스코이앤씨는 기업 이익률을 줄이고 경쟁사 대비 낮은 금액을 제안하는 '저가 수주' 전략이 강점이다. 3.3㎡당 공사비는 798만원, 총공사비는 7020억원으로 책정했는데 현대건설 824만원, 774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총사업비 1조원 책임 조달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사업비 우선 상환 △환급금 조기 지급 등 금융 조건을 제시했다. 

실제 회사는 이 같은 전략으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경기 안산시 '안산주공6단지(1017가구, 2830억원)'와 부산광역시 '촉진2구역(아파트 1902가구·오피스텔 99실, 1조3000억원)'에서 각각 대우건설과 삼성물산과 맞붙어 시공권을 따내며 업계 이목을 끌었다. 도급순위와 브랜드 인지도 모두 경쟁사 대비 우세하지 않았지만 저가 수주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 한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여의도가 서울 핵심 입지로 상징성이 큰 데다 향후 이 일대가 강남과 겨룰만한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서다. 여의도 한양은 당초 '여의도 1호 재건축'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재건축 미동의 상가부지 문제로 사업이 미뤄진 사이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570가구, 5704억원)'을 수주한 대우건설에 타이틀이 넘어갔다.

다만 한양은 공작아파트보다 단지 규모가 크고 최고급 아파트로 먼저 지어지면 향후 여의도 일대 수주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한양 외에도 공작, 대교, 시범 등 준공 50년차에 진입한 여의도 아파트 10여개 단지 재건축 추진이 줄지어 대기 중인 만큼 향후 추가 수주로의 포석이 될 수도 있다.

양사 모두 파격 조건을 앞세워 총력전을 펼치는 만큼 어느 건설사가 여의도 정비사업에 깃발을 꽂을지 주목된다. 앞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에서 134억원 차이로 1·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도정 수주는 현재까지 포스코이앤씨가 2조3321억원으로 현대건설 6782억원보다 앞선다.

일각에서는 여의도 한양 수주를 위해 두 건설사가 무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3.3m당 800만원 수준의 공사비로 하이엔드 아파트를 시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이 여의도에서 공작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써밋 더 블랙 에디션'의 3.3m당 공사비는 1070만원으로, 두 회사가 한양에 제안한 금액과는 2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양의 경우 용적률이 높고 분양 면적이 큰 점 등 단지의 특성이 반영돼 공사비가 계산된 것인데 전문적인 검토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사비를 제안한 것이고 단순하게 공사비만 놓고 무리한 공사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신용도로 저렴한 조달비용 등을 바탕으로 사업비 조건이 경쟁사 대비 좋다고 할 수 있고 소유주들의 분양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시공권 확보를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공사비의 경우 지역이나 입지, 공사기법과 장비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 되는데 초고층 건설 실적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또 여러 부분을 검토해 적정 수준의 공사비를 산정했다"면서 "양사 간 공사비가 평당 20만원가량 차이 나는데 조합원에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이익률을 낮춰서 가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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