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홍콩ELS 속 '억대 연봉·퇴직금' 공개에 은행 속앓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우리은행 두곳에서 은행장보다 많은 보수를 받고 퇴직한 직원들이 등장했다. 이들 은행 가운데 퇴직자 보수액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으로, 상위 5명(보수액 기준)에 이름을 올린 퇴직자들이 모두 11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 퇴직자들도 10억원 안팎의 보수를 받고 회사를 떠났는데 이자장사, 홍콩ELS 손실 사태 가운데서 공개된 수억원대 퇴직금 규모로 '돈잔치' 비판이 거세질까 은행권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1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일반 은행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퇴직금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은 11억300만원으로 하나은행에서 지급됐다. 관리자급 해당 직원은 퇴직금과 근로소득(급여+상어+우리사주) 8400만원을 더해 총 11억8700만원의 보수를 받고 회사를 떠났다.
하나은행의 경우 해당 직원을 포함해 보수액 상위 5명에 오른 행원들이 모두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고, 근로소득을 더한 총 보수는 모두 11억원이 넘었다. 관리자급 직원 5명의 퇴직금만 10억5000만~11억300만원이었고, 보수총액은 11억2400만~11억8700만원이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급여 6억9900만원과 상여 1억3800만원, 기타소득(복리후생) 200만원 등 총 8억3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 행장보다 퇴직자들이 많게는 3억4800만원을 더 받은 것이다.
우리은행에서도 이원덕 전 행장과 조병규 현 행장보다 퇴직자들이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모두 부장대우급이었던 퇴직자들은 퇴직금만 8억5900만~9억2300만원을 챙겼고, 이에 따른 보수총액은 9억1300만~9억6900만원이었다. 지난해 7월 퇴임한 이 전 행장은 총 7억7800만원(급여 3억7800만원+상여 3억5500만원+퇴직금 4200만원+기타근로소득 300만원)을 받았다. 조 현 행장은 총 보수액이 5억원 미만이어서 공시되지 않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선 각 은행장들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총 12억500만원(급여 7억원+상여 4억8200만원+기타 근로소득 2300만원)을 받아 주요 은행장 가운데 '연봉킹'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퇴직자 보수 상위권에 오른 4명은 퇴직금으로 7억9100만~8억4000만원을 받았고, 이에 따른 보수총액은 8억7600만~9억1200만원이었다. 이들의 직위는 모두 조사역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정상혁 행장이 총 10억3300만원(급여 7억5000만원+상여 2억2600만원+부행장 퇴직소득 5200만원)을 보수로 받았을 때 지점장·커뮤니티장급 퇴직자 4인은 퇴직금 7억6200만~8억2700만원, 총보수 8억8400만~9억5200만원을 지급 받았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도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600만원으로, 이는 전년(1억1275만원) 대비 2.9%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1억2000만원 △하나은행 1억1900만원 △신한은행 1억1300만원 △우리은행 1억1200만원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자장사 논란과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 속에서 은행원들이 고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받은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도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나온 수억원대 연봉·퇴직금 규모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질까 긴장하는 눈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원 고액 연봉 논란은 매년 반복되는 이슈인데, 올해는 특히 홍콩ELS 사태 때문에 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