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1분기 실적 '먹구름'···대출규제·홍콩ELS 배상 '첩첩'
4대 금융, 1분기 실적 '먹구름'···대출규제·홍콩ELS 배상 '첩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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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익 일제히 둔화 전망···두자릿수 하락하는 곳도
이자·비이자이익 성장 '발목'···ELS發 투자상품 판매 '위축'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와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투자상품 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이자이익·비이자이익 부문 성장이 모두 위축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인하 전망, 홍콩ELS 배상 등 은행 성장에 발목을 잡는 악재들이 산적한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합산 추정치는 4조5818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1분기(4조9015억원) 대비 6.5% 감소한 수준이다.

개별로 보면 4대 금융 모두 순이익이 뒷걸음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쓰며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한 KB금융 역시 올해는 업황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412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4976억원)와 견줘 5.7%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1조3880억원에서 1조3606억원으로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 하락폭은 두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 1조1022억원으로, 1조클럽에 입성했던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엔 9872억원으로 10.4% 떨어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9137억원에서 8213억원으로 10.1%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부문 의존도가 클수록 실적 하락폭 역시 컸는데 대출규제에 따른 여신성장 한계, 이자마진 축소, 수수료이익 감소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 은행 의존도는 각각 94.5%, 99.9%로 KB금융(66%), 신한금융(65%) 대비 월등히 높다.

특히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핵심 수익원인 가계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5대 금융그룹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당국은 최근에도 은행 재무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을 다시 한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성장이 가로막히면서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기업고객 유치를 위한 치열한 금리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탓에 마진을 많이 남기기 힘든 환경이란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대출규제뿐 아니라 당국의 건전성 강화 요구도 금융그룹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실 대출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맞춰 4대 금융은 지난해에도 총 8조993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이는 전년과 비교해 약 74% 증가한 규모다. 충당금은 회수가 어렵다고 예상되는 부실채권을 회계상 비용으로 미리 처리한 것으로, 많이 쌓을수록 순이익이 줄어든다. PF 부실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인 만큼 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홍콩ELS 손실사태로 금융투자상품 판매도 위축되고 있다. 은행들은 투자상품 판매로 수수료이익을 벌어들이는데, 이 수수료이익이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홍콩ELS 손실 규모가 불어나자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월부터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은행들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면서 지난달 전체 ELS(ELB 제외·원화 기준) 발행금액도 8851억원으로 전월(1조6667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2월(2조2020억원)과 비교하면 60% 급감한 수준이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대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홍콩ELS 배상액도 은행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아직 배상비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올해 연간 실적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홍콩ELS 투자자에 대한 평균 배상비율이 40%로 산정될 경우 올해 국내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최소 6%에서 최대 34%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배상안 확정 여부나 시기는 이사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인데, 배임 이슈가 있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서 성장하기엔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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