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민간부터 공공까지 공사비 갈등 격화···종합 대책 마련 시급
[초점] 민간부터 공공까지 공사비 갈등 격화···종합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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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에 공사 중단부터 시위까지 
3년새 건설 물가 36%, 공사비지수 26%↑···"종합 컨트롤타워 필요"
쌍용건설, KT에 공사비 증액 요구 시위 (사진=연합뉴스)
쌍용건설, KT에 공사비 증액 요구 시위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3년여간 건설 공사비가 폭등한 가운데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도 공사가 중단되고 있으며, 공사비 협상에 난항을 겪자 거리 시위에 나선 건설사도 있다. 이 같은 공사비 갈등이 주택‧건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지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촘촘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에 짓는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같은 날 오전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시위를 예정했다가 잠정 연기했다. KT가 내부 협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서다.

쟁점은 지난 2020년 쌍용건설이 수주한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비다. 쌍용건설은 착공 이후 원가보다 200% 이상 상승한 하도급 계약 사례와 임금 및 원자잿값 인상분 등을 보전하기 위해 171억원의 공사비 증액분을 요구하고 있다.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건설사에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쌍용건설 측은 이 특약이 '불공정 독소 조항'이라며 지난해 10월 1차 시위를 벌이고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이하 국토부 분조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KT가 발주한 공사를 따낸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한신공영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이 내년 3월 완공 예정으로 공사 중인 광화문 KT 구사옥(웨스트 빌딩)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2021년 당시 계약금액 1800억원보다 20% 가까이 공사비가 오르면서 양측은 공사비 증액을 놓고 협의 중이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 KT 부지에 공사 중인 '롯데캐슬 이스트폴'도 지난해 8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일반분양에 돌입한 상태다. 한신공영은 KT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부산 오피스텔을 지난해 준공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이 사업 역시 현재 국토부 분조위에 회부된 상황이다.

롯데쇼핑과 현대건설 역시 2019년 계약한 광주 광산구 쌍암동 주상복합 신축 공사의 공사비 문제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며 현재 국토부 분조위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140억원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으나 롯데쇼핑은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들어 기존 공사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도 시공사들이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정비조합들과 대립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기존 공사비에서 28% 증가한 13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고, 집행부 해임 및 조합원 내부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 및 공사비 미지급 등이 원인이 됐다. 

다만 현대건설은 최근 장기간 공사를 멈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내부적으로 공사 재개를 결정하고 안전진단 등 제반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께로 예상되는 조합 집행부 선출 즉시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열렸다. 이 밖에 최근 잠실 진주 재건축, 신반포 22차 재건축, 행당 7구역 재개발 사업 등도 공사비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공사비 갈등은 이제 민간을 넘어 공공공사 현장까지 번졌다. 이날 오전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18공구 근로자와 협력업체 관계자 약 70명은 세종시청 정문 앞에서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 현장은 지난해 10월 공사비 갈등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데 이어 지난 5일 다시 중단된 상태다.

2022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사업을 수주한 대보건설은 이후 총 9개동 중 4개동의 준공을 반년가량 앞당겨달라는 LH의 조기 준공 요청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장비와 인원을 집중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원가상승분에 대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보건설 측은 "공사비가 약 750억원인 이 현장에서 300억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며 "회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 차입까지 해가며 공사를 수행해왔으나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금융권 차입도 여의치 않아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월 4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오세정 기자)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은 원칙적으로 계약상 문제가 맞지만, 최근 2~3년 간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한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특약 조항은 사기업 간 계약에서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계약 시 시공사는 발주처가 제시한 조항을 거부하기 어려운 을의 입장"이라며 "그나마 과거엔 대부분 건설사들도 그동안 경험과 노하우 등으로 늘어난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어 이런 계약 조항도 수용했지만 최근 3년여간 온갖 물가 상승에 따라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공사비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현실과 동떨어진 불공정 독소조항이 돼 버렸고 현재 원만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년간(2020년 12월~2023년 12월) 건설 물가라 할 수 있는 중간재건설용 물가가 35.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공사비지수는 25.8% 상승했다. 건산연은 2021년 이후 건설시장은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며 건설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공사비 급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와 환율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자재수급 불안, 시멘트 공급 대란 등 잇단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근로자 임금 역시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건설업 임금 실태조사'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업 근로자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789원으로, 3년 전(23만1779원)보다 16.83% 올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설사업 적정공사비 산정·지급 문제가 관련 제도와 발주처와 시공사 간 이해관계가 사업 추진단계별로 복잡다기하게 얽혀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광표 건산연 연구위워은 "자잿값 상승 등 각종 인플레이션과 산업 전반의 변동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 차원의 주요 문제에 대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구 마련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적정공사비 산정·지급과 관련한 각종 문제의 경우 사업 계획부터 설계, 입·낙찰 및 계약, 시공 및 준공단계 모두에 걸친 사안이기에 국토교통부의 노력은 물론, 기획재정부 및 행정안전부, 공공 발주기관 등의 참여를 통해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또는 협의체를 마련·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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