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출 이자보다 저렴한 월세···지식산업센터 '공실의 늪'
[현장+] 대출 이자보다 저렴한 월세···지식산업센터 '공실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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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기 규제로 주택 투자 막히자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며 분양 늘어
"수요 예측 실패·일반 오피스보다 불리한 입지·공급 과잉 등이 공실 만들었다"
공실률·미착공·미분양 현황 등 부실 규모 파악 안돼 대처 어려운 것도 문제
4개 동으로 구성된 경기도 광명 최대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광명역에서 도보로 10~15분 가량 걸리지만, 1호선 광명역 발 기차는 출퇴근 시간에도 1시간에 1대만 운행하고 있어 체감상 접근이 쉽지 않았다. (사진=박소다 기자)
4개 동으로 구성된 경기도 광명 최대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광명역에서 도보로 10~15분 가량 걸리지만, 1호선 광명역 발 기차는 출퇴근 시간에도 1시간에 1대만 운행하고 있어 체감상 접근이 쉽지 않았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2020년부터 부동산 규제 반사이익과 집값 상승기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가 경기 침체와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공실 신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고금리에 대출 이자 내기도 빠듯해져 최근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식산업센터가 가계와 건설업계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3395건, 거래금액은 1조4297억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각각 33.1%, 34.1% 줄어들었다.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8287건, 3조4288억원)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59%, 거래액은 58% 급감했다.

지식산업센터란 지식산업, IT업, 제조업 등에 관련된 기업이나 지원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 건축물을 말한다. 2020년~2022년 집값 상승기에 주택 수와 대출 등의 주택 규제로 부동산 투자처가 막히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식산업센터로 투자가 유입되며 분양이 크게 늘었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경기도 광명역 GIDC 지식산업센터는 4개 동을 가진 광명 최대 규모 지식산업센터다. 오피스가 1242실, 상업시설이 299실로 구성됐지만, 오피스와 상가 포함해 1200실 이상의 공실이 난 것으로 알려진다. 1층은 공인중개사무소와 일부 호수에 카페 등만이 입점해 있고, 오피스 쪽으로 가면 공실 기간이 길어졌는지 복도에 아예 불을 꺼 놓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3억4000만원에 분양했던 물건이 2억8000만원에 나왔는데도 보러 오는 손님이 없어 전화번호만 붙여두고 부동산을 비워둘 때가 더 많다"며 "현재 매매는 동, 층수, 월세는 보증금, 세, 단기임대, 인테리어 등 원하는 조건을 다 맞춰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수분양자들은 대부분 분양가의 70~90%를 대출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았는데, 이자만 월 1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1실의 월세가 80~100만원에 형성돼 있고, 이 마저 공실이 계속되고 있다 보니 최근엔 몇천만원씩 손해 보더라도 제발 팔아만 달라는 수분양자들의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왼쪽) 입주 기업 안내 표시판을 보면 대부분이 공실인 부분을 알 수 있다. (오른쪽) 복도를 따라 대부분의 사무실들이 비어있다. 현재 1실(전용20평)의 월세는 80만원~120만원(보증금 1000만원)으로 부동산에 나와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왼쪽) 입주 기업 안내 표시판을 보면 대부분이 공실인 부분을 알 수 있다. (오른쪽) 복도를 따라 대부분의 사무실들이 비어있다. 현재 1실(전용20평)의 월세는 80만원~120만원(보증금 1000만원)으로 부동산에 나와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잇따른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발생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일반 오피스에 비해 불리한 입지 조건, 수요 예측 실패, 상가 과잉 공급 등이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누적)는 총 1529곳으로, 이중 700여 개 정도가 경기도에 몰려있다. 낮은 분양가와 넓은 건축면적을 확보하기 위해서 서울 대신 선택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 대표 업종인 IT핵심기업들은 정작 서울에 머물렀고, 경기도에 있는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등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지 못했다. 

일례로 시흥 배곧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 오이도 역에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덕은지구 지식산업센터 역시 가장 가까운 경의중앙선 수색역에서 버스로 20분가량 들어가야 한다. 직원들의 출퇴근 환경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선뜻 이곳을 선택하기 어렵다. 

광명역 GIDC역시 광명역에서 도보로 10~15분 가량 소요되는데, 1호선 광명역 발 기차는 출퇴근 시간에도 1시간에 1대만 운행하고 있어 체감상 접근이 쉽지 않았다.

미래 수요를 임의 예측하여 공실 대란을 만들기도 한다.

광명 지역의 지식산업센터는 당초 근처에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구로 등의 IT기업의 수요를 받아낼 것이라 전망됐었다. 그러나 이미 서울 금천구 가산, 구로구에 지식산업센터도 공실이 나는 상황에서 광명으로 회사를 이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아산 탕정지구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들은 당초 삼성디스플레이시티2차 공장이 들어온다는 호재를 바라보며 사업과 분양에 나섰는데, 현재 70%대의 공실률을 기록한다. 고덕 해창리 지식산업센터는 삼성 평택 캠퍼스 증설을 홍보하며 대거 분양해 현재 80%의 공실률을 기록 중이다. 정작 해당 공장들은 기약 없이 착공이 연기되고 있어 분양된 지식산업센터만 덩그러니 방치중이다.

아울러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신규로 총 10만4978실의 상가(복합쇼핑몰·오피스·주상복합·지식산업센터 등)가 공급됐다. 매해 3만여 실이 넘는 물량이 공급된 것이다. 이어 올해 전국에서 2만2000여실의 신규 상가들이 추가 공급된다. 수도권에선 서울 4453실, 경기 8297실, 인천 3536실 등이다. 

상대적으로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 건물과 인구가 몰리는 복합 쇼핑몰에 비해 지식산업센터의 분양가와 월세가 저렴한 것이 사실이지만, 입지 조건과 교통·주변 인프라를 고려하면 저렴한 월세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가 가계와 건설업계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착공이 지연되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촉발했던 서울 성수동 현장도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는 사업이었다. 미사 강변신도시에도 10개가량의 지식산업센터 부지가 있는데, 몇 시행사와 건설사가 한국주택토지공사(LH)로부터 땅을 분양받은 뒤 사업에 나서지 못해 현재 연체 이자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부실이 커지고 있는데도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산업단지공단 지식산업센터 시설 현황 외에는 공실률이나 미착공·미분양 현황 등 부실 관련 주요 지표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조지훈 지식산업센터114 대표는 "착공과 분양에 들어가지 못한 지식산업센터 상당수가 4월 전후로 부도 처리된다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며 "건설사·시행사는 물론 개인까지 걸려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도 "올해 저금리 등 대내외 여건이 변화할 경우 좋은 입지 지역부터 공실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도처럼 신규 공급이 많은 곳은 여전히 공실 문제가 남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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