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노동' 두배 증가···업황 악화에 게임노동자 '해고·임금 체불' 늘어나
'극한 노동' 두배 증가···업황 악화에 게임노동자 '해고·임금 체불'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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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진원,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발간
'크런치 모드' 경험, 19.1% → 38.2% 두배 가량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 부정적 비율 전년 대비 증가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국내 게임업계의 업황 악화가 이어지며 지난해 고용 안정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간 내 장기간 업무를 지속하는 '크런치 모드' 경험 인원이 늘어나는 등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도 더욱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3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 내 계약 해지・해고를 경험한 인원은 전체 8.6%로 전년 대비 1.4%p(포인트) 증가했다. 

해고 원인은 '예산 부족에 따른 인원 감축과 조정'이 27.8%로 가장 많았다. 해당 원인을 지목한 응답자는 지난 2022년 10.5%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외에도 프로젝트 중단・취소와 회사 폐업이 각각 23.1%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이어지던 당시 게임사들이 무리한 인력 채용 경쟁으로 연봉 인상과 인력 확충에 나섰으나, 엔데믹 돌입과 신작 부재의 여파로 게임 산업이 역성장을 보이며 구조조정과 인건비 감소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금・보수 미지급 경험이 있는 인원 역시 6.7%로 전년 1.5% 대비 5.2%p나 급증했다. 원인은 예산 부족이 70.2%로 가장 많았는데, 같은 항목에 대한 응답률이 지난 2022년에는 16.7%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업계 전반의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이처럼 게임업계 종사자에 대한 전반적인 처우와 고용 환경이 악화됐음에도 장시간 업무 등 노동 강도는 오히려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특정 기간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크런치 모드' 경험 비율은 지난해 38.2%로, 전년 19.1%와 비교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인 59.4%가 크런치 모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크런치 모드 중 가장 길었던 주 노동 시간은 평균 51.6시간으로, 평균 11.1일 지속됐다. 노동 시간은 지난해 30인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으로 전년(60.0시간) 대비 감소했으나, 크런치 모드 평균 지속일(전년 9.6일)과 한 번에 지속된 총 노동시간(평균 20.2시간→24.2시간)은 늘어난 모습이다.

크런치 모드 진행 후 휴식을 보장받는다는 비율 역시 지난해 평균 58.5점(100점 만점)으로 전년 62.6점과 비교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7.1시간(회사 밖 비공식 노동시간 포함)으로 전년 대비 약 2.5시간 늘었다.

콘진원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처우와 복지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대다수 중소규모 기업 소속 종사자의 경우 해고되거나 권고 사직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여전히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며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노동 시간의 증가가 두드러졌고, 휴가 사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추진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고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제 유연화를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이 커지며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조사 결과 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종사자 비율은 전체 50.5%로 긍정적 비율(49.5%)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으나 전년 43.7%와 비교하면 큰 폭 늘었다. 부정적 원인의 이유로는 △총 근무시간 증가(35.5%) △연속 근무로 인한 과로 △추가 근무에 대한 금전적 보상 미비(18.4%) 등이 꼽혔다.

콘진원은 "1년 사이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에 대한 종사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더욱 높아졌으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며 "해당 정책 도입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부당한 노동행위가 감소하고 노동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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