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자사주 소각 두 배 증가···'밸류업' 앞두고 주주환원 속도
상장사, 자사주 소각 두 배 증가···'밸류업' 앞두고 주주환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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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최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올들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소각을 결정한 상장사는 전년동기(18곳) 대비 9곳 증가한 27곳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3조3281억원으로 전년(1조4845억원) 대비 2배 넘게 급증했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발행주식수가 감소하게 된다. 이는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상승 효과로 이어지고,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소액주주들과 행동주의 펀드 등이 주주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오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주주환원을 위한 상장사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이사회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매년 보통주 1500만주 이상, 2우선주 100주 이상 소각하는 내용이 포함된 주주환원 정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31일 3기 주주환원 정책(2023~2025년) 첫해를 맞아 1조원대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780만8000주와 우선주 전량을 소각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도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주당 1600원 현금배당과 함께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지누스는 오는 3월 29일까지 자기주식 23만7972주를 장내 매수하고, 4월 내 기존 보유분 23만7972주를 포함해 자기주식 47만 5944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기아는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고, 상반기 중 50%를 소각한 뒤 3분기까지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나머지를 추가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은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며 이런 기조가 결국에는 기업들의 고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진다면 주가의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해 왔고, 이런 기조는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약한 주주환원과 성장성 및 수익성인데, 자사주 매입·소각 장려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이슈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은 BPS를 낮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시킨다"며 "이는 한국의 문제 중 하나인 수익성 문제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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